북한이 핵능력·핵전략 모두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북핵문제가 향후 동북아 안보환경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데 국제사회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2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연구원에서 개최한 제1회 ‘아산북한회의 2013’에서다.

특히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UEP)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원심분리기의 핵심 부품을 자체생산하고 있으며(문화일보 9월 24일자 1·5면 참조), 이제는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비확산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벤 로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23일 워싱턴에서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발언과 맞물리면서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주목된다.

이날 국제회의에서 핵·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능력이 상당히 진전됐으며, 향후 동북아 안보환경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핵능력·핵전략 모두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몸값을 최대한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쑤하오(蘇浩)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북한 핵무기의 양적·질적 불확실성이 핵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핵무기 운반능력에 대해서는 다소 평가가 엇갈렸다. 조슈아 폴락 미국 과학응용국제협회(SAIC) 연구원은 북한 핵능력이 6불화우라늄·진공펌프기 등 UEP 6대 핵심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수준에 달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특히 폴락 연구원은 이 같은 평가를 바탕으로 “한·미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을 완전히 중지시키는 것보다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막고, 다른 국가로 핵기술이 이전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합의를 추구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폴락 연구원은 “이게 핵능력 동결보다 검증도 더 쉽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정권이 유지되는 한 이 선택이 우리에게 가장 최선일 수 있으며, 꽤 오랫동안 핵을 가진 북한과 함께 살아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원칙과는 다른 것이다.

반면, 리빈(李彬) 중국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핵장치는 여전히 미사일로 운반하기에는 크다”며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4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교수는 “북한은 2∼3차 핵실험에서 폭발력을 높이려고 소형화 목표를 희생해야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마커스 실러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아직 장거리미사일 기술 수준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미국 애틀랜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연구원은 “북한과 이란 등의 상황을 감안할 때 핵무기 감축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신보영·방승배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