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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다. 오는 10월 13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광부화가들’(사진)은 2시간 10분의 다소 긴 공연시간 내내 예술(특히 미술)과 사회 그리고 노동(계급)에 대해 갖가지 상념을 떠올리게 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 ‘노동과 예술과의 관계’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진실된 예술작품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만든다.

우리에게 ‘빌리 엘리어트’의 작가로 잘 알려진 영국 극작가 리 홀의 작품인 ‘광부화가들’은 지난 2010년 국내에서 초연돼 열띤 호응을 받았던 연극이다.

이번 재공연은 명동예술극장이 우수제작공연 레퍼토리화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일환으로 이뤄졌다. ‘빌리 엘리어트’가 탄광촌에서 탄생한 발레리노 이야기라면 ‘광부화가들’은 탄광촌 광부들이 화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193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의 광부화가 공동체인 애싱턴그룹(The Ashington Group)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1934년 영국 북부 탄광촌인 애싱턴. 미술사를 가르치는 라이언은 애싱턴 노동자교육협회에서 마련한 미술감상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라이언은 수업에 참여한 광부들에게 르네상스 시대의 명화들을 보여주면서 미술의 역사를 가르치려 하지만 미술관에 가본 적도 없는 광부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다. 그림의 의미를 쉽게 알고 싶어하는 광부들에게 라이언은 ‘그림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며 그들에게 직접 그림을 그려볼 것을 제안한다.

광부인 지미, 조지, 올리버와 치위생사 해리는 붓을 쥐어본 적도 없다. 당연히 어색하지만 광부들은 한 장씩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들은 서로의 작품에 대해 평하며 미술 수업에 진지하게 참여한다. 라이언의 소개로 광부들의 미술 교실을 방문한 미술애호가 헬렌은 심지어 광부들의 그림을 사겠다고 나선다. 점차 명성을 얻어 전시회를 열고 화가가 된 광부들은 예상치 못했던 주위 반응과 성공적인 전시회에 어리둥절해한다. 한편 헬렌은 올리버에게 개인 후원을 약속하면서 탄광 일을 그만두고 전업화가로 나설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올리버는 고민 끝에 이 제안을 거절한다. 그림 그릴 때의 자기 정체성이 광부로서의 삶에 뿌리박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번역 및 연출 이상우, 강신일·김승욱·김중기·민복기·채국희·송재룡 등 출연. 1644-2003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