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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인 ‘창조경제’가 정부 출범 7개월을 넘어서면서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기업들은 당초 한국경제만의 선도형 신성장 동력을 육성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개념의 모호성 때문에 다소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정부의 창조경제 추진 방안이 발표되고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기업들의 참여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28일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회장단의 청와대 오찬을 계기로 각 기업들이 창조경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한층 ‘손에 잡히는 창조경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화일보는 주요 기업들의 창조경제 추진 현장을 찾아 심층 분석을 통해 한국형 창조경제의 성공 가능성을 진단한다.

기업들의 ‘창조경제’ 동참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 우선’ 기조를 밝히며 창조경제 투자 동참을 독려한 배경도 있지만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 온 기업들의 대응이 창조경제의 기조와 맞아떨어진 측면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최근 한국경제의 침체 상황이 단순한 경기 순환상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 잠재력과 산업 경쟁력이 한계점에 봉착한 경제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는 공통 인식도 자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산업 간 융·복합 시장만 해도 2012년 17조 달러에서 2018년 68조 달러로 전망(2011년 지식경제부 자료)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융·복합 기술 수준은 선진국을 100으로 놓고 볼 때 산업별로 51∼69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경제가 성장 활력을 회복하려면 혁신과 창의를 토대로 한 신산업·신기술의 개발 및 육성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기존의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해 다양화·고도화된 산업구조로 다양한 직업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길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창조경제 관련 프로젝트는 정부와 기업들 간의 민관 합동 추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미래창조과학부와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창조경제 성공을 위해 ‘창조경제 민관협의회’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현재 실질적인 추진체인 ‘민관창조경제기획단’이 조만간 구성될 예정이다.

지난 12일 전경련 회장단은 정례회의에서 정부가 민관창조경제기획단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창조경제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핵심 정책이며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기업들은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창조인재 육성, 산업 간 융·복합, 신산업 창출 등에 투자하고 있다. 전경련이 최근 집계한 10대 그룹의 창조경제 관련 투자액은 37조 원대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0년에 시작된 것부터 오는 2017년 종료될 예정인 것까지 각 기업들이 투자를 집행해왔거나,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망라한 액수다.

부문별로 미래성장동력인 신산업 창출 투자는 35조3533억 원, 벤처투자는 1조67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창의적 인재양성 규모는 올해에만 연구·개발(R&D) 인력 1만5199명(국내 1만4180명, 해외 1019명)이다.

주요 신사업 프로젝트는 바이오산업, 행복창업, 전기차 주요부품 개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자동차 전지·전력저장 전지, 석탄합성천연가스 생산플랜트 건설, 의료용 로봇 개발, 차세대 선박 스마트십(smart ship) 사업, 바이오매스 발전소, 최첨단 항공산업인 무인기 개발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벤처 투자는 사내벤처 투자에 1조5053억 원, 벤처기업 투자에 788억 원, 기타 8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주요기업별로 보면, 삼성은 과학기술인력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총 1조5000억 원을 출연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했다. 5년간 1700억 원을 들여 소프트웨어 인력 5만 명을 양성하는 계획에도 착수했다.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에도 앞으로 5년간 1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

현대자동차의 창조경제 투자는 미래형 자동차로 집약되고 있다. 올해 투자액 중 40%가량인 7조 원을 미래차 및 고효율 신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에 투입하고 있다. 또 120여 개 국내 부품사와 협력을 통해 미래 친환경차 분야에서 독자 기술력을 가진 강소 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도 투자가 이뤄진다.

LG그룹은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80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첨단 융·복합 기술 연구를 수행하는 ‘LG 사이언스 파크’의 규모를 확대했다. 총 투자규모도 2020년까지 기존 2조4000억 원에서 3조2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3만 명의 R&D 인력이 근무할 수 있는 규모다.

SK그룹의 SK텔레콤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사업에 3년간 1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 정유·석유화학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소재 및 2차전지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산업 투자를 통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고, CJ그룹은 문화 콘텐츠·유통의 글로벌화를 주도하면서 산업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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