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의 재구성이라도 해야 할까요. 8월 말 기준 서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용산구(46.8%)만 빼고 모두 50%를 넘어섰습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성북구는 전세가율이 65.8%에 달했고, 집값이 고공행진하는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마저 55%에 육박하고 있지요.

전셋값 상승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전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감정원 조사(9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전셋값은 지난해 봄부터 55주일 연속 상승했고, 전년 말 대비 4.66%나 올랐습니다. 시중에서 말하는 ‘미친 전셋값’이라는 표현이 들어맞는 상황입니다.

전셋값은 치솟고 있지만 정부나 서울시 등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장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최선책인데 입주시킬 수 있는 물량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에 따라 차선책인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하는 매매시장 활성화 정책이 시급한 실정이지만 각종 규제와 관련 법안에 걸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장기저리(1.5%)로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공유형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내놓기는 했지만 부동산 시장 숨통을 트이게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혜택 대상자가 생애 최초 내집마련에 나서는 사람 등으로 극히 한정된 데다 대상도 3000가구로 적어 부동산 시장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공유형 모기지 지원기금과 대상자의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입니다. 정부가 시행하는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유도가 미미할 경우 내년 전세시장은 올해처럼 큰 폭으로 올라 저소득층의 고통 가중, 하우스푸어 양산, 가계부채 부실, 소비침체 등 국가경제의 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지만 각종규제와 함께 관련법안들이 국회에 묶여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유형 모기지 확대와 함께 전세시장을 재구성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와 사고 사업장 주택을 모아 ‘미분양 뱅크’를 한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합니다. 정부와 자치단체, 건설·시행사들이 협의체를 구성, 준공된 미분양 아파트의 가격을 책정하고 주거환경을 적극 개선해 공급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도심의 다가구·다세대주택을 보다 적극적으로 매입, 주거 환경을 개선해 시세보다 싸게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을 것입니다.

전·월세 시장 안정의 제1원칙은 질좋은 주택(임대 포함)을 실수요보다 많이 공급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당장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에 따라 기존 주거지와, 이미 지어진 미분양아파트 주변지역 개선을 통해 숨겨진 주택을 시장에 공급해야 할 것입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