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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단이 있습니다. 이름은 ‘Old Age Pensioners’입니다. 단원들은 ‘연금에 의존하는 고령자들’입니다. 기지개를 조금만 크게 켜도 뼈마디가 어그러지려 할 만큼 연로한데요, 그들의 큰 낙이 노래 배우기입니다. 노래 교실에서 합창 연습을 할 때면 몸도 마음도 목소리도 다 야들야들해집니다. 영화 ‘송 포 유(Song For Marion)’에서 음악 교사 엘리자베스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가르치면서 합창 대회에 대비합니다.

“당신은 내 인생의 햇살이에요. 우리, 섹스 얘길 해봐요. 한 번 사는 인생, 사는 게 그런 거잖아요. 용기를 낸다는 거, 어렵다는 거 알지만, 슬픈 눈의 그대여, 움츠리지 말아요.” 이 노래의 제목이 궁금하신지요? 코믹한 요소까지 풍부한 드라마여서 제가 재미삼아 그들이 익히는 곡들의 노랫말을 마치 실로 구슬 꿰듯 연결해본 거랍니다. 스티비 원더의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솔트 앤 페파의 ‘Let’s Talk About Sex’, 그리고 신디 로퍼의 ‘True Colors’의 노랫말들이지요. 퍽 흥미롭게도 영화는 이들 노랫말의 순서와 의미대로 흘러갑니다.

노래교실엔 활기가 넘칩니다. 그런데 딱 한 명만은 ‘wet blanket’입니다. 단원의 활기에 ‘찬물을 뿌리듯 분위기 깨는 괴팍한 자’입니다. 그는 단원인 마리온(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남편 아서(테렌스 트램프)인데요, 암으로 투병하는 아내의 바깥 활동을 마뜩잖게 생각하기에 단원들과 음악 교사를 항상 냉랭하게 대합니다.

문제는 아서도 자기의 외골수 기질을 잘 알지만 그걸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아서가 달라집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입니다. 생전 잠자리에 들 때마다 “키스해줘. 내일 아침 못 일어날지도 모르잖아”라며 아내가 애원했을 때도 건성으로 응한 그였기에 이제 아서는 후회가 막급합니다.

그러는 그의 상심을 헤아린 음악 교사가 마리온을 대신해 독창을 맡아달라고 그에게 청합니다. 일언지하에 거절할 것만 같던 아서가 뜻밖의 말을 하는군요. “우리가 포기하면 꼴찌 할 팀이 없을 텐데(If we jump ship there will be nobody to come in last)?” 그의 말마따나 그들의 합창단은 실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음악 교사는 아서가 ‘우리’라고 말한 것에 반색합니다.

“두려워 말고 당신의 본래 모습을 보여 봐요(Don’t be afraid to let them show).” ‘them’은 ‘your true colors’입니다. 아서는 두렵거나 흔들릴 때마다 아내가 자기를 위해 불러줬던 곡 ‘True Colors’의 이 노랫말을 가슴에 새깁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에게 ‘본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걸 후회합니다. “아, 그땐 왜 안 해봤을까(It might have been)!” 시인 존 그린리프 휘티어가 가장 슬픈 말이라고 한 이 문장을 그도 뒤늦게야 깨달은 것이지요.

“격조가 없는 복장으로는 무대에 못 오릅니다.” 아뿔싸, 심사위원단이 경연장에 막 도착한 노익장들의 옷차림을 따져 앞을 가로막습니다. 상상조차 못한 상황입니다. 모두가 안타깝게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아서가 가름막을 뚫고 진격합니다. 그러곤 아내를 위해 애절하게 독창합니다. 빌리 조엘의 ‘자장가(Lullaby-Goodnight, My Angel)’인데요, 이 노래를 통해 아서는 비로소 자신의 본래 모습과 마음을 아내에게 표현해봅니다.＜연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