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서울대 교수·경영학

세계 경제대국 10위라는 지위와는 달리 우리 경제 내부에서는 정부까지 나서서 상생(相生)경영과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만 동반성장이 이렇게 중요한 화두가 되는 것일까? 그리고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ABC제약이라는 가상 회사를 예로 들어 한 번 생각해 보자. ABC 제약회사는 점심 시간만 되면 직원들의 불평이 매우 높다. 300명이 넘는 직원이 작은 구내식당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ABC사의 사장은 차제에 식당 및 외식사업에 진출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가 그 사장이라면 어떤 결정을 할까? 아마 한국 경영자의 대다수는 외식사업에 진출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다. 신규 사업 진출에 필요한 시너지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바른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ABC 제약회사는 외식사업에 진출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외식사업에서 전략적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며, 거기에다 외식사업이 회사의 본원적 가치마저 하락시키기 때문이다. 금방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하나씩 생각해 보면 쉽게 해답이 보인다.

우선, 신규 사업 진출에 중요한 판단의 기준은 전략적 시너지여야 한다. 예를 들어 디즈니에서 제작한 ‘라이온 킹’이라는 영화를 생각해 보자. 어린이들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라이온 킹’ 비디오를 빌려 보거나 라이온 킹이 들어 있는 옷, 인형, 장난감 등 라이온 킹이 들어가 있기만 하면 무엇이든 구매한다. 이처럼 전략적 시너지는 특정 사업(‘라이온 킹’ 영화)이 본원적으로 다른 사업부의 매출을 강제적으로 유발하는 효과(enforced sales effect)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 간에 의미 있는 공용 자산(common assets)이 존재해야 전략적 시너지가 발생한다. 영화·공연·상품·비디오 같은 다양한 사업에서 라이온 킹이라는 콘텐츠를 공동으로 활용해 원가를 낮출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즉, 전략적 시너지는 매출액은 늘려주고, 원가는 낮춰주는 일석이조 효과를 발휘한다.

그뿐만 아니라, 투자수익률의 관점에서도 외식사업은 매력도가 매우 낮다. 제약회사의 평균적 투자수익률은 일반적으로 10%를 훨씬 초과한다. 하지만 외식사업의 투자수익률은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편이다. 기업이 기존 사업보다 투자수익률이 낮은 신규 사업 분야로 진출하면 할수록, 해당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약해지고, 궁극적으로 미래 성장잠재력을 잃게 된다. 따라서 수익성이 낮은 신규 사업에 진출하면 결국 해당 기업의 미래 가치가 망가진다.

미국의 상장 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가 주가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강력한 이사회가 회사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통제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기존 사업보다 훨씬 매력적인 신규 사업을 찾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몰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영자들은 투자수익률이 낮은 신규 사업에 대해서 왜 상대적으로 덜 민감할까? 그것은 한국 경영자들에게 주가가 미치는 영향력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소유 경영의 특성이 강해서 해당 기업의 소유주가 주가 관리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거나, 경영권을 가진 소유 경영자들의 지분율이 낮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비록 투자수익률이 낮은 사업에 진출해 주가가 떨어져도, 신규 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 및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투자수익률이 낮은 영세 사업에 진출하면 상대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의 경영자들이 올바른 경영 판단을 하지 못하면, 자연적으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업종을 침범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경제에서 강조하고 있는 동반성장이나 상생경영 문제는 제도나 일시적인 사회운동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영자들이 신규 사업의 시너지에 대해서 올바르게 이해하고, 투자수익률을 철저히 관리하는 강력한 프로페셔널리즘을 가져야 동반성장 및 상생경영을 실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