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너 임신했니(Are you pregnant)?” 교장이 걱정스럽게 묻습니다. 영화 ‘프레셔스(Precious)’의 주인공 프레셔스는 대답을 못합니다. 이어지는 교장의 말이 충격적입니다. “넌 열여섯 살인데 둘째 아이를 가졌어(You’re sixteen and you’re pregnant with your second child).” 교장은 프레셔스를 퇴학시키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제자가 수학을 잘하는 걸 눈여겨봤기에 대안학교에 보냅니다.

“학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폭력을 일삼는 프레셔스의 어머니는 딸의 교육엔 관심이 없습니다. 딸과 손녀를 보살핀다는 핑계로 정부보조금에 기생하는 게 유일한 낙입니다. 한편 대안학교의 교사 레인은 프레셔스에게 읽기와 쓰기를 가르칩니다. 하지만 프레셔스는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레인은 끈질깁니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마!” 기초반 교재 ‘해변의 하루(A Day At The Shore)’의 제목조차 읽지 못하던 프레셔스가 달라지기 시작하는군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The longest journey begin with a single step)!”를 깨달은 것이지요.

검은 피부색만큼이나 프레셔스에겐 어두운 가정폭력의 비밀이 있습니다. 그녀의 마음을 꽁꽁 닫아두게 만드는 끔찍한 악몽입니다. 하루는 사회복지사가 상담을 위해 그걸 들춥니다. “아버지와는 관계가 어떤지 말해다오.” 어렵게 입을 뗀 프레셔스의 대답은 모두를 충격에 빠트립니다. “그분이 두 아이를 갖게 했어요.” 진실을 공개한 후 어머니의 폭력이 더 거세집니다. 숨겨온 가정사가 밝혀져 곧 보조금이 끊어질 판이기 때문입니다.

“너의 최우선 책임은 너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거야(Your first responsibility has to be to yourself). 넌 읽기와 쓰기를 배우고 있고, 지금은 그게 너의 전부야(You’re learning to read and write. That’s everything).” 죄책감에 빠진 제자에게 레인이 그렇게 격려합니다. 프레셔스는 비로소 미소를 되찾습니다. 아이도 무사히 출산합니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깐, 프레셔스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집니다. 레인은 제자의 일기장에서 이런 글을 발견합니다. “왜 나야(Why me)?” 아버지 때문에 그녀가 에이즈에 걸린 것입니다.

막막해하는 제자에게 레인은 이렇게도 격려합니다. “계속 글을 써. 널 위해서 쓰기 싫다면 널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써봐(Write. If not for yourself, then for the people who love you).” 프레셔스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립니다. “사랑은 저를 때렸고, 강간했고, 저를 짐승이라 불렀어요(Love beat me, raped me, call me an animal).” 그러자 레인이 더 강한 어조로 일깨웁니다. “그건 사랑이 아냐. 너의 아기가 널 사랑해. 내가 널 사랑해. 그러니 글을 쓰거라(That wasn’t love. Your baby loves you. I love you. Write).”

과연 프레셔스는 선생님의 뜻을 따를까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언젠가 견학을 갔을 때 프레셔스가 처음 들었던 마틴 루서 킹의 육성 연설입니다. 그녀는 그때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어머니는 늘 책으론 배울 게 없다고 했지만 그건 틀렸어. 난 내 아이에게 이 모든 걸 가르칠 거야.” 그걸 위해 이제 프레셔스는 홀로서기를 결심합니다. 그리고 고입 검정고시도 준비하기로 결심합니다.

작가·외화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