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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1급인 A(49) 씨는 지난 2011년 근무하던 안마소가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재취업을 위해 이곳저곳에 문의해 봤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1년이 넘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해 생활비가 떨어진 A 씨는 더 이상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 어렵다는 생각에 결국 지난해 8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A 씨는 별다른 희망을 품지 못한 채 서울의 한 고시원에 거주하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A 씨는 “장애인 수당과 기초생활수급비를 포함해 한 달에 60만 원가량 들어오는데 고시원비로 25만 원을 내고 나면 사실상 밥값도 빠듯하다”며 “배운 기술이라고는 안마밖에 없는데 나이가 들어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소아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B(여·46) 씨는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회사에서 19년 동안 성실히 일했지만 2009년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다니던 직장을 나와야 했다. 남편 역시 장애를 앓고 있어 그동안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오던 B 씨가 일자리를 잃게 되자 당장 온 식구가 생활이 막막해지게 됐다. 재취업을 위해 노력했지만 장기 불황에 장애가 있는 직원을 뽑으려는 곳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고 B 씨는 지난해 6월 관할 구청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할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난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 등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하는 저소득층 장애인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기초생활수급가구 중 장애인 가구는 모두 17만4112가구로 2007년의 15만4066가구에 비해 5년 새 13.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기초생활수급가구는 85만2420가구에서 82만1879가구로 3.6% 감소했다.

장애인 빈곤 가구 증가는 높은 실업률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011년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33.5%로 비장애인 평균 고용률(60.3%)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실업률은 7.8%에 달해 전국 실업률 평균(3.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에 따라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8만 원으로 전국 가구 평균소득 371만 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상당수 기업들이 겉으로는 장애인 고용을 강화한다고 발표하면서도 실제로는 의무고용률(2.5%)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지난 1월 조사 결과 30대 기업집단 소속 기업 610곳 가운데 76%인 468곳이 의무고용률에 미달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일자리의 질도 높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현실이 이렇다 보니 스스로 열심히 일해 돈을 버는 것과 정부 지원으로 생활하는 것이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