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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살리려면 손가락 하나를 잘라야 했다(A finger had to be cut, to save the hand).” ‘설국열차(Snowpiercer)’를 보고 떠올린 문장입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그리고 산이 울렸다(And the Mountains Echoed)’에 나오는 글입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이를 잃어야 하는 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심정을 절절하게 표현한 문장인데요, 이걸 떠올린 이유는 칼럼의 끝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서기 2031년, 열차 승객들만이 지구의 유일한 생존자이다(AD 2031:the passengers in the train are the only survivors on Earth).” 이 광고 문구가 ‘설국열차’의 소재입니다. 지구는 현재 빙하기입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인류가 짜낸 해결책이 역효과를 낸 것입니다. 극소수이지만 그나마 생존자가 남아있는 건 멈추지 않고 지구를 계속 일주하는 열차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 열차 안에서 일어나는 반란을 다루고 있습니다.

“내가 속한 칸은 앞쪽이고 너희들이 속한 칸은 꼬리다(I belong to the front. You belong to the tail).” 꼬리 칸의 하층민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번스)가 반란세력을 이끌고 앞쪽 칸으로 진격하자 메이슨 총리(틸다 스윈튼)가 그렇게 비꼬듯 말합니다. 뒤따르는 총리의 경고가 의미심장합니다. “Keep your place!” ‘주제를 알라’는 뜻인 동시에 선택받은 소수 상류층만을 위한 자리(place)를 감히 넘보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지요. 반란은 성공할까요? 그러기 위해선 열차 보안설계자인 남궁민수(송강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합니다. 남궁민수만이 모든 칸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엔진의 노예가 아니다(We are not slaves to the engine).” 18년 동안 혁명의 순간을 벼른 커티스가 그렇게 외칩니다. 엔진이란 열차의 심장인 동시에 열차를 만든 사업가이자 실질적 지도자인 윌포드(에드 해리스)의 권력을 은유합니다. 문제는 맨 앞쪽 칸 엔진 실을 장악한다 해도 엔진을 한순간이나마 멈추게 했다간 모조리 얼어 죽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반란이 실패하고, 열차가 멈추어도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가 있습니다. 남궁민수입니다.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판단을 내놓은 건데요, 그 예리한 판단의 근거는 스포일러여서 가려둡니다. 커티스가 그 판단에 신뢰의 표를 던지기까지는 더 많은 진격이 필요합니다. 불행하게도 그 과정에 무수한 목숨이 희생됩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할 것이다(Beauty will save the world).” 솔제니친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때 소감문의 제목으로 준비한 문장입니다.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남긴 명문장을 인용한 것이지요. 이 Beauty는 ‘예술의 힘’일 것이며 동시에 자유, 사랑, 정의, 도덕, 창의력 등을 아우르는 ‘위대한 아름다움’일 것입니다.

과연 커티스는 반란을 완성해서 마지막 남은 인류를 살리고,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요? 대단원에서 커티스는 자기의 팔 하나를 잃어야 하는 결단을 내리는데요, 그 이유 또한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가려둡니다. 다만, 할레드 호세이니가 ‘그리고 산이 울렸다’의 제목을 지을 때 참고했다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유모의 노래(Nurse‘s Song)’를 읽어보시면 짐작할 수 있다는 힌트를 드립니다.

작가·외화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