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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한 분이 배봉산 체조교실 맨 앞줄에 서서 열심히 체조를 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무대에 선 지도자를 보지 않고도 틀리는 동작이 전혀 없이 춤을 추듯 부드럽게 체조를 이어갔다.

아흔을 바라보고 있는 고정숙(여·88·사진) 씨가 처음 체조교실을 찾은 건 40대 후반이던 1973년이다. 당시 위가 안 좋았던 고 씨는 운동을 하기 위해 산에 오르다 체조교실을 알게 됐고, 40년 동안 꾸준히 체조를 해 지금은 30대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김복현 선생님을 만나 체조를 배웠고, 또 마라톤클럽에도 가입해 일본, 미국, 대만 등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20여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며 “작년에는 중국에 4차례 여행을 가 백두산을 걸어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0대 때 체력측정을 해봤는데 심장이 30대처럼 뛴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고 씨는 6년 전 서울 강동구 성내3동으로 이사를 갔지만 딸이 데려다 줘 일주일에 3∼4번 동대문구 배봉산 체조교실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체조를 안 하면 몸이 찌뿌둥해서 견딜 수가 없다”며 “체조를 시작한 이후 감기 한 번 걸린 적 없고, 혈압도 정상이다”고 말하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고 씨는 이어 “나는 요즘도 밥을 하루 세끼 큰 공기에 담아 먹는다. 젊은 사람보다 많이 먹어 부끄럽다”며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병원에 누워 100세까지 사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나처럼 이곳저곳 여행도 다니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에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여행을 다녀왔다는 고 씨는 “여행지에서도 웬만하면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다닌다”며 “앞으로도 체조를 계속해 건강을 유지하고, 세계 곳곳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친구들도 나를 보고 운동을 시작해 요즘은 모두 건강하게 살고 있다”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건강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