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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가 끝나는 곳에 가보지 않을래요(Don’t you wanna go where the rainbow ends)?” 금발의 미녀들이 달콤한 은유로 빌(톰 크루즈)을 유혹합니다. 한편 그의 미모의 아내 앨리스(니콜 키드먼)는 다른 남자와 춤추고 있습니다. 남자가 앨리스를 유혹합니다. “결혼의 많은 매력 중 하나는 상대를 속이는 데 있지 않을까요?” 빌 부부는 뉴욕의 부호 빅터의 파티에 초대받은 건데요, 빌은 빅터의 주치의입니다. 빌과 앨리스는 유혹을 뿌리쳤을까요?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은 에로틱한 욕망 혹은 악몽을 꿈의 형식을 빌려 완성한 작품입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이 유작을 위해 19세기를 대표하는 두 예술가의 작품을 참고했습니다. 한 명은 아르투어 슈니츨러입니다. 그는 데카당스의 세련미와 퇴폐미가 가득했던 도시 빈에서 문학가로 이름을 떨쳤는데요. 큐브릭은 그의 단편소설 ‘드림 스토리(Dream Story)’를 각색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구스타프 클림트입니다. 화가의 트레이드마크인 황금빛 폭포수 이미지에 착안해 큐브릭은 관능적인 황홀경의 영상을 만들어냈습니다.

파티에서 돌아온 앨리스는 작년 여름 휴가지에서 어느 해군 장교에게 유혹을 받았었다는 얘기를 해 남편의 질투심을 자극합니다. 빌은 아내와 해군 장교의 정사 장면을 상상하며 밤거리를 헤맵니다. 그러던 중 재즈 바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대학 동창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어느 비밀 파티에 관한 정보와 대저택 현관을 통과할 때 챙겨야 할 암호가 ‘피델리오(Fidelio)’라는 정보도 얻습니다. 일탈을 꿈꾸던 빌은 위험을 무릅쓰고 거길 찾아갑니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여길 빠져나가요.” 규정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입장한 빌에게 마스크를 쓴 여자가 귓가에 속삭입니다. 빌에겐 그 말이 어서 아내에게 돌아가라는 경고로 들렸을지도 모르겠군요. 무척 아이러니하게도, 정절(Fidelity)을 뜻하는 라틴어 암호(Fidelio)의 뜻과는 달리 저택에선 사람들이 둘러싼 곳곳에서 난교(亂交) 파티가 진행 중입니다. 초대받은 회원이 아닌 게 들통난 빌은 결국 쫓겨나고, 집에 돌아온 빌은 충격을 받습니다. 때마침 악몽에서 깬 아내가 수치스러운 꿈 이야길 들려준 것입니다. “그 해군 장교와 정사를 나누는데 수많은 사람이 둘러서서 나를 지켜봤어.”

빌은 급하다는 빅터의 연락을 받고 찾아갑니다. 그는 자신이 전날 일어난 모든 일을 알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빌은 겁에 질립니다. 난교 파티의 정보를 줬던 대학 동창이 도주하듯 사라진 배경과 저택에서 경고해 준 여자가 어떤 비극을 맞았는지도 알게 됩니다. 빅터가 충고하는군요. “삶은 계속되는 거야, 멈출 때까지는 계속(Life goes on. It always does until it doesn’t)!” 빌은 모든 게 꾸며진 일이었고, 다 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바람을 안고 아내에게 돌아옵니다. 그러곤 그간의 사건들을 고백합니다.

“우리,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빌이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묻자 앨리스가 대답합니다.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깨어있다는 거야.” 서로가 꿈에서 헤어났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감사해야 한다고 덧붙인 앨리스는 오묘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가능한 한 빨리 가서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게 있어.” 불안감과 기쁨이 혼재하는 빌의 표정을 지그시 살핀 앨리스가 입을 엽니다. ‘입을 연 내용’은 ‘19금’ 스포일러입니다.

작가·외화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