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유난히 근로소득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근로소득만 있는’ 직장인이다. 2012년도 국세청 통계연보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보료 부과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건보공단은 국세청이 파악한 총 근로소득(437조8000억 원)보다 많은 452조8000억 원의 근로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했다. 말 그대로 ‘유리지갑’이다. 근로소득만 있는 직장인은 자신이 받은 월급이 100% 건보료 부과 대상에 포함돼 번 만큼 정직하게 건보료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해 근로소득 외 사업·금융·연금·퇴직·기타 소득은 2011년 1024조9000억 원이 발생했지만, 건보료 부과 대상이 된 부분은 겨우 35조6000억 원(16%)뿐이었다. 사업소득은 785억 원에 달했지만, 건보료는 29조3000억 원에 대한 것만 뗐고, 금융소득 또한 61조7000억 원 가운데 1조3000억 원만 고려됐다. 이 외 연금소득도 19조9000억 원 가운데 4조6000억 원, 기타소득도 12조 원 가운데 4000억 원에만 건보료가 부과됐다.

이렇듯 근로 외 소득에 제대로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은 이유는 직장가입자가 근로 외 소득 7200만 원 이하면 근로소득에만 건보료를 부과하는 규정 때문이다. 가령 회사에서 15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사업이나 주식투자로 한 달 600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면, 건보료는 월급(150만 원)에 대한 것만 내면 된다.

한편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에서는 퇴직소득(26조9000억 원)과 양도소득(51조1000억 원), 상속·증여소득(18조8600억 원)에는 건보료가 한 푼도 부과되지 않고 있다. 일용근로자 500여 만 명이 올리는 47조2000억 원에 대한 소득도 건보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근로소득에만 보험료를 책정하는 것은 100년 전 비스마르크 시대에나 썼던 방식”이라며 “소득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만큼 그에 맞는 건보료 부과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