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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침은 새로운 기회예요(Every day’s like an open door).” 볼티모어의 백인 소녀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는 오늘도 그렇게 노래하며 희망차게 아침을 엽니다. 하지만 흑인에겐 ‘새로운 아침이 새로운 기회이지 않은’ 때입니다. 뮤지컬 영화 ‘헤어스프레이(Hairspray)’의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 초반으로 인종차별이 심하던 때이니까요. 트레이시의 꿈은 ‘코니 콜린스 쇼’에 나가 TV 스타가 되는 겁니다. 언젠가 무대에 서게 되는 날 세상은 매력적인 자기를 알아볼 거라며 한껏 들떠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키도 작고 무척 뚱뚱합니다.

트레이시는 Clockwatcher입니다. 직장인이면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자’란 뜻이지만, 트레이시는 고등학생이어서 등교하는 순간부터 방과시간만 기다립니다. ‘땡’ 소리가 나면 집에 달려가 10대들의 스타 코니가 진행하는 댄스 쇼를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결국 보는 것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던 트레이시는 오디션에 참가하고, 빼어난 댄스 실력을 인정받아 고정출연자로 뽑힙니다. 그러곤 깨닫습니다. TV가 보여주는 세상은 흑백 간 차별로 가득하지만 녹화장 안은 총천연색이라는 것을!

“춤은 너의 미래가 아냐. 방송국 사람들이 상처를 줄 거야.” 트레이시의 어머니(존 트래볼타)는 평범하게 살라며 딸의 기를 꺾어 놓습니다. 반면 아버지는 기를 세워 줍니다. “너의 꿈이 이끄는 대로 하거라(Follow your dream).” 그런데 자신감을 얻은 트레이시가 방송에서 ‘위험한’ 발언을 합니다. “I’d make every day Negro Day.” 자기가 대통령처럼 유명해지면 흑인도 날마다 쇼에 출연하는 날을 만들겠다고 한 것입니다. 방송국이 흑인은 한 달에 한 번만 쇼에 출연시키자 그런 차별에 대해 불만을 품었던 것이지요.

“공산주의자의 발상이에요.” 방송사는 트레이시의 발언에 펄쩍 뛰며 험악한 말을 내뱉습니다. 인종차별주의자인 방송국장 벨마(미셸 파이퍼)도 그런 주장에 가세하더니 급기야 흑인의 출연을 중단시킵니다. 그러자 트레이시의 흑인 친구들이 시위를 준비하며 외칩니다. “초콜릿은 검을수록 그 맛이 더 깊어요(The darker the chocolate, the richer the taste).” 트레이시의 뜻을 존중하는 코니도 벨마에게 직언합니다. “방송국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곳 아닙니까? 안 받아들이면 뒤처지는 겁니다.”

흑인 친구들은 트레이시를 걱정해 줍니다. “커다란 불이익이 따르게 될 거야(You’re gonna pay a heavy price).” 그럼에도 그녀는 시위에 참가합니다. 수많은 피켓의 문구 중 하나가 유독 돋보이는군요. “TV is black and white!” 피부색으로 차별받지 않는 총천연색 세상을 꿈꾼다는 메시지이지요. 아뿔싸, 시위 도중 경관을 폭행했다는 누명을 쓴 트레이시는 도망자가 됩니다.

코니가 신설한 ‘미스 헤어스프레이 대회’에 나가기로 한 트레이시의 꿈은 이제 물거품이 되는 걸까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미스 헤어스프레이 대회’가 화려하게 막을 엽니다. 트레이시는 방송국 근처에 얼씬대선 안 될 운명입니다. 과연 그녀는 출전을 포기할까요? 아니면 “크게 되고 싶다면 크게 생각해라(You gotta think big to be big)”라고 하던 아버지의 충고대로 밀고 나갈까요? 대회가 끝나갈 무렵, 방송국장 벨마를 경악하게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작가·외화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