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 씨가 소장하고 있는 1969년 이후 발행된 각종 복권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주택·올림픽·더블·팝콘·체육·월드컵 복권. 가평 = 곽성호 기자

문태조 씨가 보는 우리나라 복권의 역사와 시대상은 어떤 것일까. 그는 좀처럼 보기 힘든, 주택복권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복권들도 소장하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복권 중 가장 먼저 발행된 것은 1947년 12월 첫 발행된 올림픽후원권이다. 1948년 열린 제14회 런던올림픽 대회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것으로, 선수단 운용비용 마련에 고심하던 정부가 한 장에 100원짜리 140만 장을 판매했다. 이런 후원 덕분에 우리나라는 순수 자국비용으로 첫 출전한 이 대회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며 종합 32위의 성적을 거뒀다. 1949∼1950년까지 단 3회에 걸쳐 발행된 후생복표도 눈길을 끈다. 200원짜리인 이 복권은 이재민 구호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발행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6·25전쟁 이후 산업자금 및 사회복지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956년부터 이듬해까지 개봉식 및 봉함식 형태의 애국복권이 발행됐다. 그는 이 복권 1회차도 갖고 있다. 장당 판매가격은 100환이었다.

1956년 11월 30일에는 애국복권이 첫 추첨됐는데, 특이하게도 연도를 단기 4289년으로 인쇄했다. 이후에 나온 게 1969년 9월 15일 첫 발행, 10월 4일 추첨한 주택복권으로,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최초의 정기적 복권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이후 1983년 4월 10일 첫 추첨한 올림픽복권이 등장했다. 이 복권은 88서울올림픽 개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됐다. 또 1990년 9월부터는 박람회 기금조성을 목적으로 엑스포복권이 나왔다. 1993년부터 2003년 말까지는 또또복권이라는 다첨식 주택복권도 있었다. 한 장의 복권으로 3번 이상 당첨 기회를 노릴 수 있었으며, 장당 액면 가격도 3000원에서 2000원, 1000원 등으로 변화가 있었다.

이 밖에 특이한 것으로는 세계복권이라는 게 있다. 1992년 4월 1일 국제복권협회가 발행한 것으로, 같은 해 5월 9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첫 추첨을 했으며 우리나라도 여기에 참여했다. 발행·판매·당첨금 지급은 각국별로 시행됐다. 한편 복권으로 보는 시대상과 관련, 문 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겐 복권이 희망이 될 수 있겠으나, 경제가 어려울수록 복권에 더 매달리는 것 같다”면서 “건전하게만 즐긴다면, 1주일에 한 번씩 희망을 갖고 산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