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정치권의 잇단 막말과 관련해 직접 비판적인 언급을 한 데에는 막말을 당연시하는 우리 정치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보좌관들에게도 경어를 사용하며 언어의 품격을 중시해 온 만큼 우리 정치권도 이번 기회에 막말을 근원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홍익표 전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 발언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같은 당의 이해찬 상임고문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쏟아낸 것에 대해 “안타깝다”며 자중을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던 이 고문이 대통령을 당신이라고 지칭하며 비난한 데 대해 “국민의 뇌리에 많이 남아 있는 자리에서 활동해 온 사람들은 끝까지 말을 좀 잘 했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고, 일자리를 만들고, 외교적으로 국격을 높이고, 국민의 자존심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대통령도 아닌 돌아가신 분과 자꾸 싸우려는 모습들이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었던 2005년 3월 13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는 “불씨 한 점이 온 산을 태울 수 있듯이 말 한 마디가 평생 쌓은 덕을 허문다”는 글을 소개했다. 2005년 3월 당시는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 처리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었을 뿐 아니라 4·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긴장도 고조되던 시점이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