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섹시미를 자랑하는 이효리가 지난 15일 여성 음악 페스티벌 ‘뮤즈 인 시티 2013’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1998년 걸그룹 핑클로 데뷔한 이후 페스티벌 무대는 처음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는 15년의 음악 생활을 영위했지만, 정식 콘서트 무대는 첫 단독 콘서트(2008년)와 이 페스티벌이 거의 전부일 만큼 수적으로 적었지요.

이날 무대에서 이효리는 많은 준비를 하고 관객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최근 발매한 5집 ‘모노크롬’의 수록곡 ‘미스코리아’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댄스 가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페스티벌 무대에 맞는 격식을 차리고 싶었는지, 이효리는 무대의 많은 시간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 5집 수록곡들에 할애했습니다.

음반의 높은 호응도와 달리, 무대에서의 관객 반응은 비교적 썰렁했습니다. 돗자리를 깔고 대부분 앉아서 봐야 하는 편안한 상황에서도 큰 박수나 함성은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댄스 이미지’로 획일화된 이효리와 맞지 않는 장르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맥없이 처진 가창력의 한계 때문이었을까요?

이효리에게 박수가 쏟아지기 시작한 건, ‘텐미닛’ ‘유고걸’ 같은 댄스 히트곡을 마지막 타임에 메들리로 부를 때였습니다. 전체 무대 중 가장 짧은 시간이 할애된 이 순간에 가장 많은 박수가 쏟아진 겁니다.

이효리는 방송 음악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던 그 모습 그대로 엉덩이를 흔들고, 요염한 포즈를 취하는 멋있는 퍼포먼스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수록곡의 배열과 시간의 할애 정도를 보면, 이효리가 원한 건 방송의 재연이 아닌, 페스티벌의 새로운 변신이었습니다. 하지만 관객은 여전히 그를 ‘방송 퍼포머’로 역할의 한계를 명확히 긋고 싶은 듯했습니다.

이효리의 자유의지와 관객의 냉정한 평가가 교차할 때, 이효리는 아마 두 가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변신의 유죄성’과 ‘가창의 담금질’이 그것입니다. 이효리는 5집 수록곡들을 부를 때, 음정과 고음, 가사 전달력에서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뮤지션으로서 변신의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 파묻혔을지도 모릅니다. 댄스 가수에서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 가수로 변신할 때, 필요한 건 그 곡에 최적화된 가창력을 배양하는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효리는 ‘가창 길들이기’에 실패를 맛본 셈이었습니다.

이효리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에 출연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휩쓸려서 따라가다가 이도저도 아닌 모습이 될까봐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변신은 고통을 수반합니다. 가창을 새롭게 연마해 변신을 이어갈 것인지, 원래 잘하던 장르를 끝까지 고수할 것인지, 그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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