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들이 불법 전단지를 수거해올 경우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시행해 오히려 청소년들을 성매매 관련 문구나 사진이 인쇄된 전단지에 노출시킨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12일 학부모 관련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과 경기 지역 일부 기초 지자체에서 청소년들이 불법 전단지를 수거해오면 전단지 크기나 장수에 따라 하루 최대 2시간까지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 전단지 수거가 봉사활동이 될 수 있느냐는 논란과 함께 수거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유해 전단지를 접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교에 다니는 김모(17) 군은 “다른 일보다 쉽게 봉사활동 시간을 채울 수 있어 전단지 줍기를 자주 하고 있다”며 “솔직히 친구들과 전단지 모델 사진을 보고 점수를 매기기도 하고 유머 소재로 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전단지를 수거하려면 내용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며 “가끔 ‘이런 성매매도 있구나’ 싶어 새롭기도 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불법 전단지 배포 자체가 불법인 데다 치안 당국이 학교 근처에서 불법 전단지를 배포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애쓰는 상황에서 이런 봉사활동을 유지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