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국가정보원의 정치 및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기소키로 한 것은 구속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염두에 둔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선 수사 검사들이 법무부 등 사정라인 수뇌부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이번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법무부·검찰 내부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사정 관계자에 따르면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지난해 대선에 관권이 개입한 의혹을 검찰이 공식화하는 것으로 박근혜정부의 정당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고 나아가 야권의 대대적인 정치공세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7일까지 원 전 원장에 대한 신병처리를 결정하지 못한 것도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둘러싼 사정라인 수뇌부와 일선 수사팀 간의 이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이날까지 신병처리 문제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원 전 원장을 구속기소하기까지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게 현실이지만, 검찰은 “오늘도 의율 및 신병처리 문제는 결정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두 차례 걸쳐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및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의견을 전달했지만, 증거보강을 요구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경우 박근혜정부의 공정성에 상처를 입을 수 있는 만큼 권력 핵심부에서 황 장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검찰 내에서 나오고 있다. 더욱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면 법원의 유·무죄 판단과는 무관하게 선거 무효 소송 등으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다. 또 원 전 원장이 4년 동안 국정원장에 재직했던 만큼 박근혜정부와 관련된 주요 인사들의 각종 비공개 파일 또한 가장 많이 가지고 있어 정권 차원에서도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동시에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인사들은 국정원법 위반만 가지고 기소할 경우 법원에서 처벌이 미약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제는 불구속기소에 대한 수사팀 내부에서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