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5월 29일 영국 런던의 한 가정집에서 ‘어메이징 클럽’ 강사 버니데트 모리슨(오른쪽)이 젊은 학생에게 뜨개질하는 노하우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처럼 영국 역시 지역공동체 등 전통적 사회안전망이 약화된 가운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금 수급액 감소 등에 따른 노인들의 경제난이 주요 사회 문제의 하나로 떠올랐다. 하지만 숙련된 기술과 지혜를 가진 은퇴 후 노인들을 생산적 역할을 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끌어내려는 노력들이 이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1년 말 시작된 ‘어메이징 클럽’은 영국의 20∼30대 젊은이들이 설립한 벤처회사에서 만든 노인 일자리 프로그램이다. 평생 몸에 익은 능숙한 기술을 젊은층에게 전수하고 수입도 올릴 수 있도록 벤처회사에서 강좌를 개설해주는 것이다. 현재 어메이징 클럽에는 런던에서만 약 250명의 노인 강사들이 등록해 400개의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들은 자신들의 집이나 카페에서 뜨개질이나 유리 공예, 텃밭에서 나는 재료로 음식 만드는 법, 1950년대 헤어스타일링, 자신만의 향수 만들기 방법 등을 가르친다. 이에 대한 대가로 1회 수업에 우리 돈 약 2만 원에서 8만 원의 수업료를 받는다. 어메이징 클럽의 강의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이드킥 스튜디오의 리암 페리 프라잇(30)은 5월 29일 가진 인터뷰에서 “연금으로 살면 1주일에 110∼120파운드로 생활해야 하지만 어메이징 클럽에서 1개 강좌를 운영하면 노인들의 생활비가 150파운드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노인들이 이웃과 함께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여가는 방식을 찾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노인들이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지 돈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가르치기 때문에 자신이 아직도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프라잇은 “가르치는 일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네트워크도 형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메이징 클럽에서 학생 12명에게 뜨개질을 가르치는 버니데트 모리슨(여·67)은 “과거 어머니가 9남매의 옷을 만들어주던 기술을 물려받았는데 다시 젊은이들에게 그 기술을 물려주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런던 =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