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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퀴디데스, 역사를 다시 쓰다 / 도널드 케이건 지음, 박재욱 옮김 / 휴머니스트

페르시아 전쟁이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를 낳았듯,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역사의 또 다른 아버지인 투퀴디데스를 탄생시켰다. 투퀴디데스와 그의 저작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고대 헬라스(그리스) 시대 역사서 가운데서도 가장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역사 서술로 평가받는 고전이다.

전 예일대 교수인 저자는 그러나 투퀴디데스의 역사 서술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투퀴디데스는 기원전 431년부터 기원전 404년까지 27년에 걸쳐 일어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8권의 역사책으로 기록했고, 실증적·과학적 역사관의 창시자로 불리는 인물인데 말이다. 저자는 투퀴디데스의 역사 서술이 올바른지 확인하기 위해 동시대인이 제시했거나 받아들였던 설명과 투퀴디데스의 서술을 비교하는 작업을 20년 동안 진행해왔다.

그 결과 케이건은 투퀴디데스가 최초의 수정주의 역사가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투퀴디데스가 주요한 사건에 대한 당대의 해석을 잘못되었다고 믿고 이를 교정하기 위해 자신만의 해석을 가미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 투퀴디데스가 주장한 여섯 가지 핵심 주장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그의 이 주장들이 왜 틀렸는지 조목조목 파헤쳐간다. 전쟁 발발 원인은 무엇인가, 페리클레스의 전쟁 전략은 타당했는가, 아테네의 정체(政體)는 민주정이었나, 클레온에 대한 평가는 무엇이 올바른가, 시켈리아(시칠리아) 원정 결정은 누가 했으며, 또 이 원정이 재앙으로 끝나게 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해당 주제마다 투퀴디데스와 당대인의 이해가 얼마나 다른지를 살핌으로써 투퀴디데스가 수정주의 역사가임을 논증한다.

저자는 그러나 투퀴디데스가 역사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인 점은 인정한다. “투퀴디데스의 위대함은 역사 연구가 진지하면서도 또한 유용한 작업이라는 고집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투퀴디데스는 역사학이 호메로스 서사시와는 달리 오락도 아니고 헤로도토스의 ‘역사’처럼 위대한 행위와 인물과 사건을 단순히 기념하는 작업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역사 연구가 인간의 경험을 학문적 방식으로 이해하는 가장 유용한 도구라고 여겼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