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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통’이라는 것이 있다. 신체 내부에서 발생한 통증이 피부 부위로까지 이동해 느껴지는 것을 뜻한다. 요로결석을 앓을 때 사타구니(서혜부)나 고환이 아프다거나 횡격막에 이상이 생겼을 때 어깨가 아픈 식이다. 이는 해당 부위들이 같은 신경분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31개의 각 척추마디에서 시작되는 신경은 계속 가지를 치며 우리 몸 곳곳에 뻗는데, 그 신경 뿌리가 같으면 통증이 전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의 뇌는 때때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손상을 입은 부위는 A지만, 같은 신경분절을 가지는 B를 아픈 곳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환자가 심근경색증을 가지고 있을 때, 왼팔이 많이 아프다고 느끼는 경우다.

고관절에 관절염이 있지만, 무릎에 통증이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팔과 무릎 등은 일상생활 속에서 익숙하게 통증을 느끼는 부위이기 때문에 뇌 또한 그렇게 넘겨짚기 쉽다.

연관통 외에도 환자들은 때때로 실제 병이 있는 부위와 통증 부위를 혼동하거나 다르게 지목할 때가 있다. 무릎에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찾았지만, 실제 문제는 허리에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경우가 그렇다. 이는 무릎 자체에 이상이 있다기보다 휘어진 허리 때문에 한쪽 무릎에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통증이다. 이처럼 골격계 통증은 2차적 병변(무릎) 이전에 1차적 병변(허리)에 이상이 있을 수 있어, 그 원인을 제대로 찾아 근본적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어깨 통증… 척추 후관절염일 수도 = 일반적인 어깨 통증의 양상은 근육이 단단히 뭉치고 결리는 형식으로 나타난다. 해부학적으로 이 부분은 어깨가 아니라 윗등(upper back) 혹은 상부 승모근 영역(upper trapezius area)인데, 주로 피로감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근육이 뭉쳤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병원에 가서 근육 주사를 맞고, 경락 마사지 등을 받아도 일시적으로 근육이완이 될 뿐 그 효과는 매우 적을 때가 있다. 이럴 경우 어깨보다 척추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어깨 통증은 척추의 일부분인 후관절의 염증이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척추 후관절염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고, 특별한 사고 없이도 일상생활 속에서 구부정한 자세가 계속돼 발생하기도 한다. 한데 척추 후관절염이 생기면 같은 신경이 연결된 어깨 부위에 통증이 갈 수 있다. 또 척추 후관절염을 야기하는 구부린 자세는 어깨와 목 부위에도 큰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정상 자세보다 목이 1인치가 앞으로 나오게 되면 목이 받는 머리 하중이 2배로 높아지고, 2인치가 나오면 3배가 된다. 이 때문에 만성 목 통증 또한 단순 근육통이나 목디스크로 넘겨짚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척추 후관절염이 문제일 수 있다. 이상철(재활의학)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만성 목 통증의 60% 이상은 척추 후관절염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어깨나 목 주변의 통증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립선 통증… 사타구니의 근막동통증후군 = 많은 환자들이 사타구니 통증이 있으면 비뇨기과 혹은 산부인과를 방문한다. 특히, 남자의 경우 소변 볼 때 불편함이 있는 경우 전립선염으로 진단받고 항생제나 진통 소염제 등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치료했을 때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는 17%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실 사타구니는 앉은 자세에서 일어날 때나 걸을 때 골반을 안정시키는 복근, 장요근, 내전근 등 근육통을 잘 일으키는 몇 가지 근육들이 관련돼 있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 전립선이 커져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지는 등 여러 가지가 불편해지는데, 이때 사타구니에 통증이 생기면 으레 전립선염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근육통에 의한 통증이라면 ‘근막동통증후군’일 가능성이 꽤 높다.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인 근막이 손상되는 현상이다. 이는 평소에 하지 않던 등산, 오래 걷기, 축구 등을 해서 생긴다. 또 허리나 고관절이 좋지 않은 경우 특별히 심한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 중 근육통을 일으킬 수 있다. 근막동통증후군은 운동요법을 통해 쉽게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통증의 원인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리에 쥐가 잘 난다… 무릎 이상 의심해야 = 밤에 다리에 쥐가 자주 나면서 통증이 심해 잠을 못 이루는 어르신이 많다. 또 엉덩이가 아파 걷지 못한다는 분이 상당수다. 밤에 이런 증상이 심해지는 이유는 낮 동안 걷거나 무리했던 동작으로 인해 근육이 저녁에 뭉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엉덩이, 종아리 근육 자체의 질환이 아닌 무릎·고관절, 허리 부위의 퇴행성관절염이나 협착증이 근본적인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근육이 잘 뭉치거나 쥐가 나는 것은 의지하고 있는 주변 관절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리와 엉덩이 근육에 대한 통증치료, 스트레칭 운동과 함께 근본적 원인인 무릎·허리의 퇴행성관절염을 관리해야만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퇴행성관절염은 나이가 들고 관절이 낡아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이라 생각하지만 종아리, 엉덩이 통증은 2차적 증상이므로 얼마든지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도움말 = 이상철(재활의학) 세브란스병원 교수, 신진우(마취통증의학) 서울아산병원 교수)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