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의뢰를 받고 교통사고 등으로 위장해 세 차례에 걸쳐 시도를 했으나 상해만 입자 “터미네이터였다”고 말한 40대 등이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진경찰서는 24일 돈을 받고 오피스텔 신축 시행사 대주주를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A(48) 씨와 살해를 의뢰한 오피스텔 시행사 대표이사 B(48)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2월 말 B 씨로부터 1억50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오피스텔 분양이권과 관련해 갈등관계에 있던 대주주 박모(51) 씨를 살해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A 씨는 운전을 잘하는 손모(44) 씨 등 2명에게 5000만 원을 주기로 하고 청부살해를 하청했다. 이들은 차량을 렌트해 지난 1월 4일 퇴근하던 박 씨의 차량을 미행하다 운전석 문을 들이받았다. 그러나 범행 도중 겁이 나 브레이크를 밟아 박 씨의 차량은 운전석 문짝만 찌그러져 단순 접촉사고로 끝났다.

A 씨는 범행이 수포로 돌아가자 교도소 동기인 김모(28) 씨 등 3명을 끌어들였다.

이들은 1월 28일 다시 차량을 렌트해 박 씨의 회사 앞을 돌며 박 씨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도로를 건너던 박 씨를 앞 범퍼로 들이받았다. 충격에 박 씨는 공중으로 튀어 올라 범행차량 앞 유리에 머리를 부딪히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박 씨는 2시간여 만에 병원을 나와 회사 회의를 주재했다.

A 씨는 연이은 범행이 실패하자 지난 2월 6일 2차 범행을 함께한 교도소 동기인 김 씨 등을 시켜 퇴근하는 박 씨를 아파트 주차장에서 알루미늄 야구배트로 마구 때렸다. 그러나 이마저도 박 씨의 가족들이 비명소리를 듣고 나오는 바람에 실패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총 분양가 340억 원가량의 오피스텔 분양권 이득과 관련해 시행사 대주주인 박 씨와 갈등관계에 있던 이 회사 대표이사 B 씨가 A 씨에게 살인을 청부한 것을 밝혀내고 이들을 검거했다. 주범인 A 씨는 경찰에서 수차례의 범행에도 박 씨가 전치 2~3주의 상해만 입자 “박 씨는 터미네이터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세 차례 범행을 시도하는 과정에 B 씨로부터 1억 원의 거금을 받았고 차량으로 들이받는가 하면 야구방망이로 폭행해 청부살인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살인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