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9일 서울 중구 충무로2가 ‘히트 500 플라자’ 명동점에 처음 개설된 중소기업 제품 전용 판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 곳에서는 소비자와 전문가들이 가격과 품질 모두 우수하다고 판정한 159개 중소기업의 1400여 개 제품이 판매된다.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해외진출 개발비를 지원받기 위해 국내 식음료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월드클래스 300’에 지원했지만 선정기준이 내수업체에 매우 불리한 것들이 많아요.”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 지원 대상기업 선정 발표 1주일 전인 지난 1일.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견기업 간담회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 주인공은 박진선 샘표 대표였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 2년간 정보기술(IT)·화학 관련 수출 중심의 기업들이 대부분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됐다”며 “국내시장에서 해외로 진출하기 위한 초기 기업들이나 식음료 등 내수업종은 선정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클래스 선정에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였다. 심사단이 3번이나 현장 실사를 나왔지만 반응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애로사항이 반영됐을까. 올해는 식료품업계 최초로 샘표를 비롯해 지식서비스(희림종합건축사무소), 농기계(대동공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선정됐다.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세계적 기업 300개를 육성하기 위해 성장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정부가 집중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다. 올해 대상 업체 선정을 위해 지난 50여 일에 걸쳐 120여 개사의 후보 기업에 대해 사전·분야별·종합 평가와 현장 확인 등 4단계에 걸친 정밀 심사와 현장 실사를 거쳤다.

샘표의 경우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되면서 ‘성장사다리’를 확보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올해 창립 67년을 맞은 국내 1위 장류기업인 샘표는 지난해 매출 2271억 원을 거둔 중견기업이다. 지난 1998년부터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에 눈을 돌렸다. 국내 식료품 회사들은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 해당국가의 먹거리 관련 법규가 엄격할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수출 초기에는 해외 교포시장에 주력한다.

샘표도 수출 초기에 똑같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생각지 못한 곳에서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됐다. 중동지역에서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케밥에 활용하는 소스로 샘표 간장이 인기를 끈 점에 주목해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과 희망을 갖게 됐다. 지난 1999년 330만 달러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7배가 늘어난 22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창립 58주년을 맞은 도루코도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됐다. 국내 면도기 시장은 글로벌 기업인 질레트가 시장점유율 42%로 1위이다. 또 쉬크가 1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도루코는 36%로 2위를 차지하며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981억 원으로 면도기뿐만 아니라 주방용 칼, 커터도 생산한다.

이 가운데 면도기 비중이 전체 매출 중 80%에 달한다. 도루코는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 사상 최초로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잘 깎이는 뛰어난 절삭력’으로 털이 억센 현지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산업용 센서·제어기기 전문기업인 오토닉스도 월드클래스에 선정돼 앞으로 5년간 최대 75억 원의 연구·개발(R&D) 비를 지원받게 됐다. 지난해 매출 약 1150억 원을 기록한 국내 자동화기기부품 생산업체 1위로 올라선 중견기업이다.

이외에도 가온미디어, 계양정밀, 골프존, 슈프리마, 카스 등 33개사가 선정됐다. 선정된 기업에는 코트라, 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수출입은행, 산업기술연구회 등 17개 지원기관 협의체를 통해 기술개발, 해외진출, 금융 등 ‘맞춤형 패키지’지원이 제공된다. 특히 이들 기업이 2020년에는 월드 클래스 수준의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향후 10년간 기업이 필요로 하는 분야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