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리’란 단어가 있습니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부엌에서 어머니가 식사를 준비할 때 쌀이나 보리를 씻기 전 한 줌씩 덜어내 항아리에 따로 모았습니다. 한때 절약하자는 취지에서 ‘좀도리 운동’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한 줌 곡식으로 할 것은 별로 없었지만 항아리에 1년 정도 모아진 곡식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았습니다. 어머니는 모아진 곡식을 시장에 나가 팔아서 명절이나 학기초 아이들에게 고무신이나 학용품을 사주며 누구보다 흐뭇해했습니다.

최근 한 골프장이 ‘좀도리’를 연상케 하는 이색적인 방법으로 자선기금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명문 남촌골프장의 계열사인 동촌골프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을 갖고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4월부터 11월 말까지 골프치기 가장 좋은 8개월 동안 ‘재능 기부’를 펼치기로 했습니다.

골프장 측은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2팀씩 연중 251팀이 ‘자선 라운드’에 릴레이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팀당 4명씩, 모두가 천사(1004)라는 의미를 두기 위해 251팀으로 한정했습니다. 하루에 2팀 그린피와 카트비는 100만 원 정도이지만 연간으로 따지면 1억8000만 원을 골프장 측이 포기하는 셈입니다.

대신 자선 라운드에 참여하는 골퍼들은 세금과 캐디피만 내고 라운드를 한 뒤 클럽하우스 입구에 마련된 모금함을 통해 팀 단위로 자율적 기부금을 내게 됩니다.

1년 동안 모은 ‘좀도리’는 골퍼들이 돕고 싶다고 선택한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한국피해자지원협회, 한국컴패션 등에 전달한다고 합니다. 입소문을 타면서 벌써부터 자선라운드를 하겠다는 골퍼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합니다. 골퍼들로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기면서 남을 도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죠.

그동안 많은 골프장이 연말이면 자선라운드를 통해 소외된 이웃을 도와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은 매년 11월 ‘스카이72 러브오픈’을 열어 자선기금을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해 오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시작해 8년 동안 총 62억9000만 원을 모았습니다.

경기 용인의 레이크사이드골프장은 2005년부터 ‘사랑의 굿샷’행사를 통해 매년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을 모아 불우이웃 돕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상당수 골프장들도 하루 입장 수익을 통째로 이웃돕기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동촌골프장은 연중 캠페인으로 펼치는 자선라운드를 통해 늘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이런 행사를 계획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기금의 다과(多寡)를 떠나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항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효과라고 합니다.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민들레 홀씨처럼 다른 골프장으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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