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네티즌들에 의해 보스턴마라톤 테러범이라는 누명을 썼던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소셜 미디어가 ‘온라인 마녀 사냥’을 조장한 것 아니냐는 비난에 휩싸였다.

24일 뉴욕데일리뉴스와 CNN 등에 따르면 보스턴마라톤 폭탄테러 당시 온라인상에서 용의자로 잘못 지목됐던 브라운대 학생이 미국 로드아일랜드 강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로드아일랜드 당국 관계자는 지난 23일 오후 로드아일랜드 강에서 20∼3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됐으며 검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난 3월 실종된 서닐 트리파시(22)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트리파시는 보스턴마라톤 테러 발생 직후 그의 예전 모습과 폭발 현장의 감시 카메라에 잡힌 용의자의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로 미국의 뉴스 공유사이트 ‘레딧(Reddit)’ 등에서 테러범으로 지목됐다. 이후 트리파시에 대한 신상 정보와 괴소문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뉴욕포스트 등 일부 언론도 이를 확인 없이 받아 실으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 당국은 트리파시가 보스턴 테러 용의자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며칠 후인 16일 트리파시는 아파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트리파시의 가족은 그의 아파트에서 ‘자살 충동’을 암시하는 듯한 노트를 발견했지만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가족들은 실종된 트리파시를 찾기 위해 그를 그리워하는 지인들의 편지와 사진을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며 전 세계적인 캠페인을 펼쳤지만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는 철학을 전공하고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체스클럽을 다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의 누나인 사기타 트리파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퍼나르면서 소문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기 시작됐다”며 “끔찍한 날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레딧의 총괄매니저 에릭 마틴은 CNN을 통해 누리꾼들이 보스턴마라톤 테러 용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퍼트려 무고한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사과했다. 마틴은 “경찰이 해야 할 수사에 대중이 나서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방식은 매우 불안정하고 문제 발생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로운 정보에 대한 크라우드소싱식 접근이 마녀사냥이 되지 않기를 원했지만 결국 우리가 잘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시인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