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려산 정상에서 고천리쪽 하산길에 자리하고 있는 고인돌.

강화도만큼 서울 근교에 있으면서 역사유적과 함께 바다, 산, 갯벌 등을 고루 볼 수 있는 관광지도 없다. 고조선부터 고구려,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의 유적과 유물들이 널려 있어 유구한 역사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역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강화도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고려시대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온갖 외세 침탈의 수난을 홀로 견딘 호국의 보루였다. 고려 때 몽골군이 침략했을 때 왕실은 강화도로 천도해 내성과 외성을 축조하며 장기 항전에 대비했다. 1270년 개경 환도 때까지 39년 동안 고려의 임시수도이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국난 때마다 임금과 조정이 대피하는 피난처 역할을 했다. 병자호란 때 삼전도 굴욕도 당시 최후의 보루였던 강화도가 무너지면서 비롯됐다. 조선시대에 병인양요(丙寅洋擾)·신미양요(辛未洋擾)도 모두 강화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섬 전체가 지붕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유적지가 있다. 지정문화재 105건을 포함해 모두 539건이 강화도 전역에 퍼져 있다. 특히 고려산 북쪽 기슭에 분포하고 있는 고인돌 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고인돌은 말 그대로 ‘돌을 고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형식이다. 무덤 속에는 주검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토기나 석기, 청동기 등의 다양한 유물을 넣기도 하므로 무덤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유적이 된다. 인천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 삼거리, 고천리, 오상리, 교산리 등에 위치하고 있는 강화 고인돌은 주로 고려산 북쪽 산기슭에 분포하고 있다. 모두 127기이며, 군집을 이루기보다는 흩어져 있는 상태이다. 이 가운데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은 보존 상태가 양호한 70기다. 강화 고인돌은 산기슭, 구릉, 평지, 산마루 등 아주 다양한 곳에 세워졌으며, 우리나라 고인돌이 위치한 평균 고도보다 높은 해발 100~200미터까지 고인돌이 자리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부근리 고인돌은 남한에서 발견된 고인돌 가운데 크기뿐만 아니라 세련된 조형미까지 갖추고 있어 우리나라 고인돌을 대표한다.

박광재 기자 kj5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