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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항상 피곤하고 졸리죠? 주변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특히 이맘때면 춘곤증이 한창이라 그런 얘기가 더 자주 나돈다. 사실 그 같은 피곤함이 춘곤증 때문이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춘곤증은 계절적 변화에 신진대사 기능이 따라오지 못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계절성 스트레스’여서 자연 해소된다.

문제는 피곤함이 1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다. 만성피로라고 불리는 증세다. 만성피로는 절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 휴식을 취해도 풀리지 않는, 계속되는 피로감은 우리 몸속의 숨어 있는 질환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피로는 임신 등의 생리적인 원인, 스트레스·우울증·불안증 등의 정신적인 원인, 감염, 내분비질환, 대사질환, 류머티스질환, 혈액질환 및 악성종양 등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갑상선 기능 이상과 간질환 등이 만성피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성피로 증세가 계속 이어질 때는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 같은 질환이 발견되지 않는데도 피로감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따로 분류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여러 가지 유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발 요인으로는 바이러스 감염, 면역학적 이상, 신경호르몬계 이상, 중추신경계 이상, 정신적인 요인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은 집중력 저하, 기억력 장애, 수면장애, 위장장애 등은 물론 복통, 흉통, 식욕부진, 오심, 호흡곤란, 체중감소, 우울, 불안 등의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딱히 이를 유발한 질환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치료법도 없다. 그래도 환자의 증상 개선에 비교적 효과가 있고, 연구 결과가 축적된 치료법으로는 인지행동 치료와 점진적인 유산소운동 치료가 있다. 인지행동 치료는 정신 치료의 한 형태로 원인에 대한 설명, 치료동기 부여, 피로관련상태 유발상황 인지, 피로 유발상황에 대한 변화 시도 등으로 진행된다.

만성피로증후군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잘못된 생활습관과 과도한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많이 지목한다. 남자들은 보통 30대 초반까지, 여자들은 출산하기 전까지는 최상의 건강을 유지한다.

이에 따라 젊어서는 잦은 음주, 흡연, 불규칙한 수면 등 나쁜 습관들이 있어도 별 피곤함 없이 지낼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신진대사 기능이 차츰 저하되며 상황이 변한다. 술 마신 다음 날 깨기가 힘들고 휴일엔 아무리 늦잠을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

또 현대인들은 육체적인 업무의 강도가 낮더라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고 걱정거리가 있으며 긴장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리고 이런 스트레스가 육체적인 과로나 나쁜 습관들과 어우러지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피로감을 만들어 낸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자신의 습관 중에 해당 사항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금연을 하고, 술을 곁들인 회식은 1주일에 1회 정도로 제한하며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스트레스 해소와 미래의 건강에 대한 준비책으로 매일 어렵더라도 약간씩 운동을 해야 한다. 아파트를 한 바퀴 뛰는 것도 좋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정도의 운동도 좋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직장에서 받는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 이미 정해진 근무시간 등 본인이 바꿀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해도 본인이 노력해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은 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노력은 하지 않고 피로하다고 계속 검사만 받는 것으로는 증세가 개선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