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끊임없이 계파정치 청산을 외치고 있지만, 이른바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논란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친노 주류 측에서 “문재인 전 대선 후보와 이해찬 전 대표가 4·24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 선거를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자 비주류가 강력히 반발하는 등 민주당은 또다시 계파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과거에 친노 핵심이었던 인사조차 문 전 후보와 이 전 대표를 ‘가짜 친노’로 규정하며 대선 패배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는 등 당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던 친노계 김태년 의원은 19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은 사지(死地)가 될지 모르는 가시밭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이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 선거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특히 “민주당의 모든 자산과 역량이 이 헌신의 가시밭길을 같이 걸어야 한다”며 “우리 민주당의 큰 정치적 자산인 문재인 의원도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부산 영도에서 헌신의 땀방울을 흘려야 한다. 이해찬 의원도 고향 청양에서 민주당을 살리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실상 문 전 후보와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연고지에서 4·24 재·보선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의 주장은 대선 직후 불거졌다 잠잠해진 ‘문재인 역할론’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비주류 황주홍 의원은 2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문 전 후보가 역할을 하겠다면 차라리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돕는 게 낫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영환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6개월간 한 일이 없는 민주당이 선거결과를 뒤바꿀 동인이 없다. 충청도나 부산에서 이기는 게 불가능하다”며 “선거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당 쇄신에나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때 친노진영의 핵심이었던 인사도 사라지지 않는 친노 패권주의가 당을 망쳤고, 대선 패배를 가져왔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 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당내에 친노, 반노(반노무현), 비노(비노무현) 대립이 사라졌는데, 지난해 당 대표 경선과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가짜 친노’들이 설치면서 당이 망했다”며 “이 전 대표와 한명숙 전 대표, 문 전 후보도 모두 가짜 친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선 때 정책위의장이 있는데도 공약을 따로 만들고, 현역의원이 TV토론 담당 본부장으로 준비해놓은 것을 주류 측 인사가 와서 다 뒤집는 등 당을 무력화시켰다”며 “대선의 최대 패인은 친노가 당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