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들의 중국 해군 전력파악 현황을 알려달라, 퍼슨(사람)1.’ 미국에서 중국의 스파이로 의심되는 20대 여성이 ‘미인계(honeytrap)’로 정보 관계자에게 접근해 핵무기와 조기경보시스템, 중국 해군 정보 보유 현황 등 미국의 특급 군사기밀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일고 있다.

주요 2개국(G2)인 미·중 두 나라는 최근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 외형적으로 금융·경제 제재 공조 등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물밑으로는 끊임없는 견제가 이뤄지고 있어 이번의 미인계 스파이 사건도 중국발 해킹 의혹에 이어 미·중 관계의 갈등 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환갑을 1년 앞둔 벤저민 비숍은 19일 하와이 연방법원에 피고인으로 출정했다. 그의 혐의는 국가안보 및 기밀 누설,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20년의 징역을 살아야 한다. 전직 미군 고위장교인 비숍은 제대 후 민간인 방위분야 조달자로 태평양사령부에서 근무했다. 1급 비밀 취급 인가증을 갖고 있는 비숍은 지난 2007년 7월부터 군사기밀을 다루었다. 이날 검찰측은 “퍼슨1에게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미국의 안보에 심각한 상처를 입혔다”고 밝혔다. 검찰측이 ‘퍼슨1’이라고 명기한 인물은 27세의 중국인 여성이다. 학생 비자를 갖고 있으며 상당한 미모로 알려졌다. 비숍은 퍼슨1을 지난 2011년 6월 하와이에서 열린 국제안보 관련 회의에서 처음 만났다. 비숍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퍼슨1에게 빠져 들었고, 한 달 뒤 둘은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비숍과 육체관계를 가진 퍼슨1은 정보를 요구했다. 비숍은 퍼슨1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수시로 정보를 건넸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그가 누설한 정보는 미국의 핵무기 현황, 중·장거리 미사일 포착기술, 조기경보 레이더 시스템, 태평양사령부 작전계획 등 특급 기밀 등이다. 퍼슨1은 심지어 비숍에게 “서방국들의 중국 해군 전력 파악 상황을 알려달라”는 과제를 주기도 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망에 걸린 비숍은 결국 지난 15일 체포됐다. 하와이에 있는 그의 집에서는 태평양사령부의 기밀문서가 상당수 발견됐다. FBI는 법정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퍼슨1은 기밀을 다루거나 접근 권한이 있는 비숍 같은 인물들을 표적으로 삼기 위해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관련 사항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편 워싱턴DC에선 나사(미 항공우주국) 랭글리 연구센터에서 인턴십으로 일하던 중국인 여성이 군사 기밀정보와 로켓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FBI는 19일 나사 랭글리 연구 센터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중국인 여성 과학자 장롄보(江蓮波)를 워싱턴DC의 덜레스 공항에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롄보는 이날 편도 티켓으로 베이징(北京)행 비행기를 타려다가 붙잡혔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