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원조’ 꽃미남이자 할리우드 톱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한국에 왔다.

영화 ‘장고: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의 홍보차 생애 처음으로 내한한 디카프리오는 훤칠하게 큰키, 푸른 눈에 금발, 아름다운 얼굴은 여전했고 마흔에 접어든 만큼 신사의 품격까지 풍겼다.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리츠 칼튼 호텔에서 열린 ‘장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첫 인사를 건넸고 시종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인터뷰에 응했다.

‘장고’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으로 흑인 노예제도가 시행되던 185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아내를 구하기 위해 백인들과 맞선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디카프리오는 악마적 본성을 지닌 욕망의 마스터 캔디 역을 맡아 “생애 최고의 연기이자 영화사상 최고의 악역”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디카프리오는 캔디 캐릭터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인종 차별이 심했던 미국 남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캔디는 사악한 농장주를 대변하는 인물이에요. 사무엘 L. 잭슨과 제이미 폭스 등 평소 존경하던 배우들을 괴롭혀야 해서 무척 연기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그들은 내가 (악역으로서) 끝장을 보지 않으면 당시의 참상에 대해 알릴 수 없다고 나를 응원했어요. 최고의 감독·배우들과 작업하게 돼 영광이었어요.”

디카프리오는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렸다. ‘장고’는 쿠엔틴 타란티노와의 첫 작업.

“스콜세지와 타란티노 감독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요. 스콜세지는 아버지와 영화를 보러 다니면서 영화사에 대해 꿰고 있었고 타란티노는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일하면서 B급 영화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지녔죠. 두 감독을 한데 모으면 영화사를 쓸 수 있을 거에요. 또 두 사람 모두 영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아는, 미국이 자랑하는 감독들이죠.”

14세에 데뷔한 그는 올해로 26년차. 중견배우가 된 그에게 연기 철학을 물었다.

“제 첫 작품은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한 ‘디스 보이즈 라이프’였어요. 당시엔 영화사를 속성으로 공부하기 위해 1년 동안 영화만 봤죠. 영화를 보면서 저는 되고 싶은 배우상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고통은 한 순간이지만 영화는 영원히 남는다는 것이죠. 최선을 다하면 언젠간 걸작을 만날 수 있는 것, 그게 배우의 인생 아닐까요. 영화는 현대 예술 중 가장 위대한 예술이며 나는 그것을 위해 최대한 최고의 사람들, 최고의 감독들과 일하고 싶어요.”

최근 그의 은퇴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부인했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고 와전이 된 거예요. 지난해 세 작품을 내리 작업했기에 지금은 쉬고 있는 것 뿐이죠.”

디카프리오는 ‘타이타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타이타닉’은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 놓은 영화로 전세계 영화사를 통틀어 최고의 흥행작(18억4320만 달러)으로 꼽히는 작품.

“스튜디오에서 주는 시나리오와 캐릭터는 겹치는 것들이 많죠. 그래서 제작사를 차려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게 됐는데 ‘에비에이터’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같은 작품은 제가 8년에 걸쳐 개발하고 각본과 감독을 찾는데 개입했죠. 이렇게 제가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서 할 수 있게 된 건 모두 ‘타이타닉’덕분이라 생각해요.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죠.”

디카프리오는 한국 영화와 한국 음식 등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예요. 스콜세지 감독이 제게 권한 작품인데 혁명적인 영화라고 생각해요. 스콜세지 감독은 박찬욱 감독은 천재라고 제게 이야기해주셨죠. 이제 한국 팬들을 만나게 될텐데 무척 기대가 크고 공항에 마중까지 나와 주셔서 감사해요. LA의 한국동네에서 자라 한국친구도 많고 불고기와 김치를 좋아해요. 다시 한국에 오면 더 많은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한국어로)감사합니다.”

박미영 기자 my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