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장하석 교수는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이 굳이 노벨상에 매달리며 콤플렉스를 느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munhwa.com

장하석 교수는 서울에서 초등(홍대부속국민학교), 중학교(광성중)를 다닐 때부터 과학에 큰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스타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한국에서나 미국 유학시절이나 하기 싫은 공부는 잘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고교 1년을 마친 후 유학을 간 노스필드 마운트 허먼(Northfield Mount Hermon) 고교는 미국 10대 명문으로 꼽히는 학교다. 그는 이 학교 1학년 과정에 입학해서 2년 만에 수석 졸업했다. 장 교수는 그러나 이런 기록을 내세우고 싶어하지 않았다.

“성적으로만 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다양성을 보고 뽑았다는 점에서 좋은 학교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 사이에서 정말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명문가로 불리는 집안 출신임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다그치는 채찍으로 삼았다고 했다. “제가 유학한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그걸 의식했기 때문에 유학이라는 ‘특권’을 누리는 처지에서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지요.”

그는 해외에 거주하면서도 집안의 가족들을 떠올리면 자신이 한국에 뿌리를 둔 사람이라는 것을 절감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저희 집안이 좋은 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면, 성공한 인물이 누가 나왔다는 것보다 집안 전체의 가정 교육 시스템이 좋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형과 누나와 많은 이야기를 하며 지적 자극을 주고받았던 것을 평생의 자산으로 생각했다. 그는 “3형제 중에 가장 머리가 좋았던 사람은 누나였는데,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아이 낳은 후 일을 그만두게 돼 안타까웠다”며 “누나가 최근 다시 일을 시작해서 매우 기쁘다”고 했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 연구원 시절에 미국 여성 그레첸 시글러(Gretchen Siglar)를 만나 결혼했다. “현재 영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데, 세상을 보는 시각이 저와 비슷해서 참 좋습니다.”

슬하에 아이가 없는 그는 조카(형과 누나의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이 무척 즐겁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그에게 국내 대학이 교수로 초청하면 응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국내에도 좋은 과학철학자들이 계시니 꼭 제가 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일단 열어두고 있습니다. 인생은 살다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닙니까.”

▲1967년 서울생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물리학 학사(1989) ▲스탠퍼드대 대학원 물리학 박사(1993) ▲하버드대 물리학과 연구원 ▲영국 런던대 과학철학과 교수(1995∼2010) ▲영국 케임브리지대 과학사 과학철학과 석좌교수(2010∼현재) ▲영국과학사학회 회장(현재) ▲저서 ‘Inventing Temperature’(2006, 러커토시 상 수상), ‘Is Water H2O? Evidence, Realism, and Pluralism’(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