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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What if)?” 이것은 우리가 창의성과 혁신성을 북돋우기 위한 가장 강력한 질문(“What if?” is the most powerful question you can use to encourage creativity and innovation)이지요. 관찰력, 호기심,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즐기는 질문이고요.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아르고(Argo)’는 ‘만약에?’의 힘을 투철하게 믿는 어느 중앙정보국(CIA) 요원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아르고’는 실화입니다. 때는 1979년 11월 4일.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과격분자들이 난입합니다. 직원 60여 명은 인질로 끌려가고 여섯 명만 캐나다 대사의 관저에 몸을 숨깁니다. 미국에서 아들과 영화 ‘혹성탈출’을 보던 CIA 요원 토니 멘데즈(벤 애플렉)는 “What if?”에 꽂혔고, 즉시 국무부에 묘책을 내놓습니다. “공상과학 영화는 황량하고 이국적인 촬영지가 필요합니다. 제가 직접 가 그들을 캐나다 국적의 촬영팀으로 위장해 탈출시키겠습니다.”

국무부는 황당하다며 비웃지만 토니는 아랑곳 않고 밀어붙입니다. 이 대목은 스토리텔링 분야의 전문가 데이비드 암스트롱의 명문을 떠올리게 합니다. “만약 사람들이 당신의 아이디어를 비웃지 않는다면 당신은 충분히 창의적이지 않습니다(If people aren’t laughing at your ideas, you aren’t being creative enough).” 토니는 쐐기를 박듯 설득합니다. “우리가 가진 최악의 방법들 중 이게 최선입니다(This is the best bad idea we have).” 과연 국무부는 토니의 ‘할리우드 작전’을 허가할까요?

“허가가 떨어졌어요(We got a green light).” 토니는 특수분장사와 제작자를 허수아비로 내세워 영화 제작 계획을 소문냅니다. ‘거짓이 먹히게 하려면 언론을 이용하라.’ 토니는 할리우드 영화계의 이 불문율을 이용하고,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Variety)’는 단독으로 대서특필합니다. 이제 테헤란으로 날아가 이란 혁명군을 감쪽같이 속이는 일만 남았습니다. 한편 혁명군은 대사관 직원들이 탈출 직전 종이 세단기(shredder)로 파쇄한 사진을 복구합니다. 직원 사진이 한 장이라도 복구되는 순간 탈출은커녕 전부 처형될 수도 있습니다.

악재가 또 겹칩니다. 여객기로 탈출하려던 작전은 D-1일에 어그러집니다. 정부가 ‘영화 같은’ 작전 대신 델타포스로 군사작전을 펴기로 결정한 것인데요, 토니는 군사작전이 초래할 화를 우려하며 백악관의 철수 명령을 거역합니다. “저는 제 작전을 강행합니다. 그들에게 우리는 책임이 있으니까요.” 토니가 삼엄한 감시망을 어떻게 뚫고, 일행을 공항까지 어떻게 빼돌리는지는 모두 가려 둡니다. 가장 스릴 넘치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아뿔싸, 토니 일행이 공항을 빠져나갈 무렵 파쇄된 사진 한 장이 완벽하게 복구되고, 혁명군은 이륙하려는 여객기를 세우려고 추격합니다. 과연 이륙은 성공할까요? 승무원의 안내방송에 정답이 있습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방금 이란 영공을 벗어났습니다. 술을 마실 수 있다고 알려 드리게 돼 기쁩니다(Ladies and gentlemen, it is our pleasure to announce that alcoholic beverages are now available as we have cleared Iranian airspace).” 최악들 중 최선의 방법이었음이 증명되는 순간입니다.

작가, 외화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