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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엘리자베스 / 샐리 베덜 스미스 지음, 정진수 옮김 / RHK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국왕으로 재임하는 동안 비범함과 인간적인 두 면모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전기 작가인 저자는 책에서 엘리자베스 2세(87) 여왕이 평소 극장에 갈 때 사전에 알리지 않고 객석 조명이 꺼진 뒤 게걸음으로 입장한 사례 등을 제시하며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겸손에 대해 설명한다.

1952년 왕위에 올라 지난해 즉위 60주년을 기념하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행사를 치른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국 왕정 역사에서 재위 60년을 넘긴 두 명의 왕 가운데 한 명이다. 오는 2015년 9월에는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기록인 63년 216일을 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전기를 쓰기 위해 무려 250명이 넘는 여왕 주변의 인물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100여 권이 넘는 책과 미공개 자료들을 검토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윈저 성을 샅샅이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을 직접 만나 그녀의 성품을 실제로 확인한 것은 물론, 찰스 왕세자와 식사를 함께하기도 했다. 사실상 영국 왕실이 공식 인정한 전기로, 모두 21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지금까지 여왕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뿐만 아니라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관한 일화 등 어디에도 노출된 적이 없는 내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재위 기간 내내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저자는 늘 언론과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결코 화려하거나 오만하지 않았던 여왕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겸손의 리더십’이라고 정의내린다.

대한민국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맞이한 상황에서 섬세하고 겸손한 리더십으로 지난 60년 동안 영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엘리자베스 여왕의 삶은 우리에게도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