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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5일 타계한 국내 1세대 민속학자인 고 월산(月山) 임동권(任東權·1926∼2012) 중앙대 명예교수의 유고집 ‘남기고 싶은 말’(민속원)이 최근 출간됐다.

소년 시절부터 만년까지 인생을 회고한 성격의 글은 원래 고인이 결혼 60주년 기념해인 2009년 출판하려던 원고였다. 고인의 유업을 잇고 있는 아들 임장혁(민속학) 중앙대 교수가 유고집으로 펴냈다. 임 교수는 서문에서 “아버님께서 힘에 겨워 마무리짓지 못하신 미완의 글들이 있지만 되도록 가필이나 수정하지 않고 책을 출판하려 한다”고 밝혔다.

책에는 일제강점기 충청도 청양 정산고을의 유교가정에서 7남매 중 3남으로 태어난 고인의 유년 시절 이야기부터 한국 민속학계를 대표하는 민속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 스승·선배와의 관계, 학계·문화계 이야기 등 고인의 삶의 자취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 고향에 있는 광산에서 2년 동안 징용공 생활을 한 얘기도 실려 있다.

고인은 원래 중학생 때부터 소설가를 지망한 문학 청년이었다. 그런 그에게 방종현(1905∼1952) 서울대 교수가 “자네 소설공부하지 말고 민요공부를 하게. 소설가는 얼마든지 있는데 민요를 전공하는 사람은 없으니 자네가 한번 해보게”라고 말한 게 민속학자의 길을 걷는 배경이 됐다. 민요전공으로 방향을 바꾼 고인은 책에 실린 글에서 “민요의 세계는 황홀했다. 순박하고 진솔하고 가식 없이 마음을 그대로 쏟아놓은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인간의 세계가 있어 좋았다”고 술회했다.

연구비가 지원되지 않던 시절 기업체 사보에 민속 이야기를 기고해 받은 원고료로 조사비를 충당했던 상황도 책에 소개돼 있다.

유고집에는 시인 서정주와 조지훈, 향가 연구자 양주동 박사, 국어학자 이숭녕, 시조시인이자 가곡 작사자 이은상 등 고인이 스승과 선배들을 추억하는 글과 고인의 제자들이 고인에게 바치는 시와 편지, 수필 등 추모의 글도 실려 있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