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저고리의 욕망 / 이민주 지음 / 문학동네

조선 후기 화가 혜원 신윤복(1758∼?)의 대표작 중 하나인 ‘미인도’를 보면 미인의 저고리는 짧고 치마는 풍성하다. 혜원 작품 ‘전모를 쓴 여인’을 보면 저고리와 치마 사이로 가슴 일부가 드러나 있다. 이른바 ‘하후상박(下厚上薄) 스타일’이다. 18세기 프랑스 등 서유럽에서도 가슴은 드러내고 허리는 잘록하게 한 반면 엉덩이는 크게 부풀리는 스타일이 유행했다. 저자는 “그런데 이런 패션 스타일이 탄생할 당시 조선은 아직 서유럽과 공식적인 교류가 없었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하후상박’ 스타일을 유행시킨 주역은 조선시대 엔터테이너이자 전문 직업인이었던 기생들이었다.

저자는 “축첩제가 허용된 조선사회에서 기생의 복식구조는 분명 반가 부녀자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라면서 “남편의 관심을 기생으로부터 돌려놓기 위한 즉각적인 반응이 옷으로 나타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이런 스타일의 옷이 모든 계층의 조선여성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이 같은 스타일이 그 자체로 충분히 창의적이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혜원이나 단원의 풍속화에서는 얼굴은 가렸어도 치마는 걷어 올려 일부러 속옷을 드러낸 여인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속옷을 노출하는 일이 당대 패션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패션 스타일 속 당대 사회의 욕망을 살필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