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 예산을 심사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최고 5418억 원의 국비 예산을 반영하는 등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예결위원이 정부 살림의 균형재정 편성에 주력하기보다 의원직 유지를 위한 이익 추구에 골몰한 것이어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 됐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12일 문화일보가 계수조정소위에 참여한 여야 의원 15명 중 설을 맞아 의정보고서를 낸 8명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8명의 의원 중 6명이 지역구 관련 예산으로 1000억 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예결위 위원장이자 계수조정소위 위원장을 맡은 장윤석(경북 영주)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관련 국비 예산으로 5418억 원을 반영했다. 영주댐 건설 2333억 원, 동서5축 간선도로 건설 950억 원 등이다. 영주시의 올해 예산이 5170억 원 규모여서 장 의원이 챙긴 영주시 관련 국비 예산은 시의 한 해 예산보다 많은 셈이다. 이는 영주시 직접 예산뿐 아니라 도로·철도 등 여타 자치단체의 연관 예산이 반영된 결과로, 자신의 업적을 과다 홍보하려다가 빚어진 웃지 못할 희극이다.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학용 의원도 지역구인 경기 안성시 관련 국비 예산 994억 원을 확보했다고 공개했다. 지역 하수시설 완공을 위한 예산 375억 원, 생태하천조성사업비 46억 원 등이다. 민주통합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도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시와 관련된 국비 사업 중 화도체육문화센터 32억 원, 387번(화도∼운수 간) 지방도 50억 원 등 모두 845억 원의 국비 예산을 반영했다고 홈페이지에 올렸다.

새누리당에서는 나성린(부산 부잔진갑) 의원이 1071억 원의 부산 관련 예산을, 류성걸(대구 동갑) 의원이 1709억 원의 대구 관련 예산을 각각 반영했다고 의정보고서에 공개했다. 민주당에서는 박민수(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의원이 4개 군 관련 국비 예산으로 1952억6000만 원, 이윤석(전남 무안·신안) 의원이 2개 군 관련 국비 예산으로 1528억 원, 양승조(충남 천안갑) 의원은 천안시 관련 예산으로 1417억 원을 각각 챙겼다고 밝혔다.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계수조정소위가 비공개로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예결위를 상임위로 전환해야 공개원칙이 관철될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선종·이화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