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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10일)을 앞두고 가족 친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선물 고르기에 분주한 시점이다. 선물을 받는 이의 기호나 취향은 그 시대의 경제 수준이나 소비 트렌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설 선물이 사회적 공감대와 함께 ‘진화’를 거듭해 온 배경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빈곤했던 1950년대엔 음식 선물이 곧 설 선물이었다. 대부분 가까운 친척이나 윗사람들에게 계란, 찹쌀, 고추, 돼지고기, 닭 등 직접 생산한 농축산물을 선물로 주곤 했다.

명절 선물세트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밀가루, 설탕 등의 실생활에 밀접한 소재 식품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 가운데 설탕은 통조림과 함께 고가의 선물로 인식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설탕 1포대를 들고 고향에 가거나 회사에서 명절 선물로 밀가루 등을 받는 일이 흔했다. 라면과 맥주도 당시 소비자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선물 중 하나로 꼽혔다.

경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1970년대엔 명절 선물세트 트렌드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선물의 실용성이 강조되면서 라디오나 스타킹, 식용유, 치약, 양산 등이 인기를 끌었다. 커피 문화가 서서히 확산되면서 커피세트도 고급 선물로 주목받았다. 과자 선물세트 역시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로 자리 잡았다. 당시 동서식품의 맥스웰 커피세트는 백화점 선물 매출로 설탕, 조미료세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생활수준이 다소 높아진 1980년대부턴 명절에 선물하는 문화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선물에 고급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넥타이나 지갑, 스카프, 셔츠 등의 패션잡화가 인기 선물로 떠올랐다. 단품 선물보단 세트가 주목받은 시기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기상품은 참치와 통조림세트였고 과일과 정육세트의 구성이 본격화된 것도 이즈음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 1990년대엔 백화점 상품권이 급부상했다. 1994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백화점 상품권은 이후 명절 선물뿐만 아니라 부모님들이 선호하는 선물 1순위가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때부터 100만 원을 호가하는 와인과 양주 등 고가 선물세트도 등장하는 등 기존의 설 명절 선물세트들과 함께 선물의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경기불황과 대형마트의 급성장이 맞물리면서 식용유, 참기름 등 가공식품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사회적으로 개인의 건강과 안전에 주목하는 웰빙 바람이 불면서 명절 선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군이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다. 2000년대 들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해마다 20% 넘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매출 상위업체 40개사 마케터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명절 선물로 가장 많이 팔리는 건기식은 5만~7만 원대의 홍삼제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웰빙 열풍 덕분에 명절 음식을 보관하는 식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덩달아 늘면서 500㎖ 소용량부터 1.6ℓ에 달하는 냉장고 도어포켓 전용 용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 락앤락 관계자는 “설을 맞아 명절 음식 준비를 위해 대용량으로 구입한 식재료를 보관하기 쉽도록 용량을 구성했다”며 “명절 음식 조리용으로 선물하는 수요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명절 때 가족들끼리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자녀들 사이에서 여행사를 통해 부모를 해외로 여행을 보내주는 새로운 트렌드도 생겨났다. 여행사의 여행상품도 명절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투어가 지난 6년 동안 설 연휴 여행상품의 예약률을 조사한 결과, 전체 해외여행객 중 50~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27.0%에서 2012년엔 29.9%로 증가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