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인 노회찬 의원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건 재상고심 선고예정일을 앞두고 여야 의원 159명이 5일 대법원에 제출한 ‘구명’ 탄원서는 입법권 오용(誤用)의 비근한 사례로 비친다. 노 대표가 기소돼 재판받아온 죄목의 벌칙 조항을 자신들이 개정할테니 선고를 그 이후로 연기해달라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2005년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앞서 1997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 도청 테이프에서 삼성그룹의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노 대표는 14일 재판 확정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1심 유죄→2심 무죄→대법원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파기환송심의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선고를 거쳐왔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의 벌칙 규정인 제16조의 법정형이 징역 및 자격정지뿐이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유죄부분 취지가 관철돼 유죄가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하루 앞서 4일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52명이 발의해 법사위에 회부된 개정법안은 제16조의2를 신설해 벌금형 선택 부과가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다. 입법이 완성된다면 위인설법(爲人設法), 곧 ‘노회찬법’이 될 것이다.

의석 7석의 소수 정당 소속인 노 대표를 위해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대거 나선 것은 ‘국회의원 노회찬’의 역할에 대한 나름의 공감대가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노회찬 구하기’는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게 아니라 특권포기 공약 자체를 내려놓는 것에 진배없는 ‘배임’이다. 최근의 대통령 특별사면에 못지않을 ‘국회 특사’로 지탄받을 일이다. 대법원이 휘둘려선 안될 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