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전 국무총리 지명자의 조기 낙마 이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총리 및 입각 제안을 받은 일부 후보자들이 가족들, 특히 부인의 반대를 이유로 고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 당선인이 후속 인선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주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고위공직 후보자들은 단순히 인사청문회 공포심을 뛰어넘어 가족이냐, 공직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심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무총리, 장관 등의 인선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얘기를 박 당선인측으로부터 전해들었다”며 “정작 후보자 자신은 입각에 긍정적이지만 가족들, 그 중에서도 부인들이 심하게 반대해서 뜻을 접는 사례가 꽤 되는 듯 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후보자 부인들의 경우 남편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김용준 전 지명자가 사전 검증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똑같은 불행을 상상하지 않았겠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도 “박 당선인이 점찍은 후보자가 박 당선인측의 자체 검증을 통과하느냐 마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로서 후보자 가족들의 반대 역시 박 당선인의 고민거리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총리나 장관 후보자에 오른 사람들이라면 명예를 매우 존중하는데, 후보자 부인 입장에선 하나 더 얻으려고 10개를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박 당선인도 지난 1월 30일 새누리당 소속 강원지역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인사청문회에 대한 우려와 관련, “그래서 인재들이 공직을 마다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박 당선인의 총리 후보자 발표가 상당히 지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총리 혹은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박 당선인 측은 5일까지 인선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박 당선인 측에 따르면, 총리 인선은 김 전 지명자 낙마 이후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총리에 관심을 가졌던 후보자들이 김 전 지명자의 낙마를 지켜보면서 마음을 바꾸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 및 여론 검증 과정에서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리 후보자들은 과거 공직을 경험했거나 청문회를 거쳤던 인물들이 주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나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의 이름이 끊임없이 거론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편 박 당선인측은 이번주 중 후속 인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청와대 인선에서는 비서실장과 일부 수석들이 발표되고, 이와 별도로 총리 후보자도 발표될 전망이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