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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 확산을 가로막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의했던 의원들조차 이 법이 어떻게 통과됐는지 그 과정을 모르고 있을 정도다. 이 법에 따라 소득 10억 원인 사람이 2억8000만 원을 지정기부하면 법이 바뀌기 전에는 2억3884만 원의 세금을 냈지만 개정안이 적용되면 1억 원 이상이 증가한 3억5254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기부를 하고도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왜 이런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졌을까.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과정을 보면 이렇다.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폐지하는 내용은 기획재정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재정부가 기부금을 포함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건 지난해 12월 27일로 알려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같은 달 28일 열려 해당 상임위에서 법안을 통과시켰으니 상임위 통과 하루 전날, 법안 통과 5일 전에 국회에 법안을 보낸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상임위 의원들은 물론이고 전문위원 등도 내용을 검토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면밀한 검토 없이 상임위를 부실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은 1일 여야가 예산안을 두고 새벽까지 대치하면서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묻어서 처리됐다.

이렇게 통과된 법에 따라 지정기부금을 많이 낸 사람들이 세금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기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세금 폭탄의 규모는 더 커진다. 지금까지는 지정기부금에 대해선 소득공제(일정 금액을 과세의 대상으로 치지 않음)를 해줬는데 앞으로 소득공제 혜택이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은 2007년부터 계속 상승해 왔다. 과세대상 소득의 10%에서 15%(2008년), 20%(2010년)로 늘어나다가 2012년엔 30%까지 상승했다.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해 나간 건 기부 문화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재정부가 이런 법안을 낸 이유는 대통령선거 때 여야 모두가 복지 공약을 확대하면서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금 환급을 줄이면 세금이 늘어난다는 논리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새누리당은 “급하게 추진된 만큼 올해 세법 개정안을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며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재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올해부터 소득세 특별공제 종합한도를 신설, 과도한 소득공제 적용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지정기부금의 공제 종합한도를 초과하면 그 초과분을 5년 동안 이월해 공제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신선종·김동하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