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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와일드(29)에겐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강렬한 눈빛에선 야성미가, 뚜렷한 이목구비에선 지성미가 느껴진다. 미국 뉴욕 태생이지만 단아한 자태는 고전적인 동양미를 풍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매력 포인트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건 배우로선 무척 큰 장점.

와일드가 타고난 자신의 매력에 딱 어울리는 영화에 출연했다. 지난 24일 개봉한 ‘데드폴’에서 와일드는 냉혹한 킬러인 애디슨(에릭 바나)의 여동생 라이자를 연기한다. 비극의 여주인공이자 팜므파탈. 라이자는 애디슨과 함게 카지노를 털고 국경으로 도주하다 우연히 만난 전직 복서 제이(찰리 언냄)과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데드폴’에서 도발적이고 순수한 분위기를 동시에 뿜어내는 와일드와 최근 이 영화의 홍보를 맡고 있는 유니코리아를 통해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라이자는 차를 얻어타기 위해 제이를 유혹한다. 그러나 제이에게 원치 않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꿈처럼 달콤한 하룻밤을 보낸다. 하룻밤의 격정적인 베드신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하이라이트. 라이자, 그녀의 오빠 애디슨, 제이는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저는 라이자가 그런 상황에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100% 이해할 수 있었어요. 특히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는 라이자의 생존의지는 존경할 만해요. 게다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잖아요.”

라이자는 복잡한 인물이다. 어릴적에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다. 애디슨은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인다. 그 뒤 애디슨은 잔인한 범죄자, 살인자가 됐다. 그리고 애디슨과 라이자 사이엔 남매 이상의 감정이 자리잡는다. 라이자에게 애디슨은 친오빠 이상의 존재다. 하지만 라이자는 제이를 만난 뒤 오빠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라이자는 연인 제이와 함께 제이의 부모집으로 도피한다. 애디슨은 동생 라이자가 사랑에 빠진 줄 모르고 라이자의 흔적을 쫓아 먼저 제이 부모집으로 잠입한다. 그리고 제이 부모를 인질로 삼고 라이자가 도착하길 기다린다. 제이와 라이자가 도착했고 제이마저 인질이 된다. 제이 가족과 애디슨―라이자 남매가 한 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
“제이의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데 오빠 애디슨은 제이 가족 모두를 죽일 것처럼 위협하죠. 라이자는 애디슨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겠으니 이제 그만 떠나자고 제안해요. 그 말은 곧 자신을 죽여달라는 말과 같죠. 착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건 감탄할 만한 일이에요.”

라이자의 연인 제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복싱 은메달리스트이지만,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프로로 전향했다. 그리고 경기 조작 혐의로 수감됐다가 석방된다. 애디슨―라이자의 관계처럼 제이―제이 부친도 갈등을 겪는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모두 다른 모양의 사랑에 묶여 있어요. 모두 완전하지 않죠. 제이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환영받지 못해요. 제이의 아버지는 제이에게서 얼굴을 돌리죠. 하지만 결국 아버지는 용서를 해요. 그들은 가족이고 피할 수 없는 정이 있기 때문이에요.”

‘데드폴’은 캐나다 퀘벡 지역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배우들은 영하 20도에 이르는 강추위를 벗삼아 연기를 펼쳐야 했다. 특히 와일드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원피스를 걸치고 촬영했기에 체감온도가 더 낮았다.

“이렇게 첫날부터 힘들게 촬영한 기억이 없어요. 몸은 불편했지만 항상 신이 났죠. 몸은 정말 힘들었지만 화면은 진짜 멋지게 나왔거든요. 우리가 느낀 엄청난 추위가 화면에 그대로 전해졌기에 다행이에요.”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