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 피해 복구비는 ‘눈먼 돈!’

폭설과 강풍 등 재해로 파손되는 화훼·채소 등 원예특작시설(비닐하우스) 복구비로만 해마다 수천억 원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규격에 미달되는 값싼 불량품과 중국산 수입부품이 쓰인 비닐하우스가 양산되고 있지만 관계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로 매년 혈세 낭비와 농민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농림수산식품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01∼2006년 5년간 폭설 등 자연재해 피해 복구액은 1조5122억 원에 달했다.

시설별로는 피해 복구액의 75%가량이 비닐하우스에 투입됐다. 지난달에도 경남지역에 내린 10㎝가량의 눈에 비닐하우스 2000동(132만㎡, 1동=660㎡)이 붕괴되는 등 대설 피해가 늘자 농식품부는 강원·충남북·전북지역의 비닐하우스, 축사 등 시설 피해 농가에 132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자연재해로 인한 비닐하우스 피해가 매년 반복되는 이유는 비닐하우스 파이프 골조를 연결하고 유지시켜주는 핵심 부품인 강판 조리개와 선판 조리개가 규격에 미달하는 데다, 강도 기준에도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강풍, 폭설 등 재해에 견딜 수 있는 ‘내재해형’ 비닐하우스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도 내재해형 비닐하우스, 첨단온실사업비 등에 모두 3400억 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

하지만 비닐하우스의 조리개로 사용된 강판의 두께와 크기, 미끄럼 강도가 정부 고시기준에 크게 못 미쳐 재해 방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닐하우스 설치업자들 사이에선 원가를 줄이기 위해 비규격 불량 제품과 값싼 중국산 제품 사용이 일반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불량 제품의 사용을 단속해 달라는 농민들과 규격품 생산업체들의 건의에도 관계당국의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업계 관계자는 “특용작물하우스 부실시공에 따른 혈세 낭비를 없애려면 시공업체와 자재 생산업체에 대한 교육 및 당국의 관리감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