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000명의 기자들을 상대로 한 ‘1 대 1000’의 싸움에서 이겼다.”

24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새 국무총리 후보로 ‘깜짝 발표’하자 인수위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탄식과 함께 이 같은 말들이 오갔다. 이번 발표를 통해 ‘박근혜식 철통 보안’의 위력이 재확인됐다는 얘기다. 집착으로 여겨질 정도로 박 당선인이 보안을 극도로 중요시하는 것은 사회적 자본으로서 ‘신뢰’를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국정 철학, 이전 정부들이 거쳤던 정책 혼선에 대한 반성 등이 중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식 통치 스타일이 박 당선인에게 강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24일 김 후보자 발표 과정은 그야말로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오후 2시 총리 후보자가 발표된다는 소식이 기자들에게 전해진 것은 이날 오전 10시쯤. 하지만 기자들만 그때까지 몰랐던 게 아니었다. 박 당선인이 수백 명의 기자들이 운집해 있는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 찾아와 직접 총리 후보자를 발표한다는 소식에 인수위 대변인실과 당선인 경호팀도 뒤늦게 비상이 걸렸다. 오전 11시 30분쯤 인수위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앞마당에선 마치 긴급 대테러 작전에 들어간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한편에선 주차된 차량들을 이동시키느라 정신이 없었고 다른 한편에선 전문요원들이 수색견과 함께 검색에 열을 올렸다.

누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는지 역시 철통 보안 그 자체였다. 이날 오전 박 당선인이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전화통화를 할 때에도 수행을 했던 조윤선 대변인은 “누가 총리 후보자인지 언제 알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들보다 30초 전에 알았다”고 답했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들,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들 역시 한결같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