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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내겐 많은 꿈이 있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그런 꿈 말이다.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그 자체로 행복했다. 그러나 그때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를 오늘의 내 현실 속에서 기대할 순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모습을 이루기에는 충분한 인생자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20대에 이르러 인생이란 마음만 가지고 살아갈 수 없음을 경험한다. 30대에는 인생은 고달프고 가파른 언덕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40대에 이르러서는 고생고생해서 올라온 내 인생의 자리를 지킬 뿐만 아니라 더 큰 성공을 위해 몸부림친다. 남자 나이 50에 들어서면 나의 내일이 오늘만 같아도 좋다.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는 게 남자의 나이다. 어려서부터 들어왔던 ‘남자가’라는 말 속에서 우리는 인생의 무게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보다 성공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큼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되면 남자들은 자신의 인생을 뒤틀린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나이 들면 당연히 인생이 무겁고 힘들고 어려운 것인데 그게 어떻다는 거야?”하고 어깃장이라도 놓고 싶을지 모른다. 그렇다. 어렵고 힘든 현실은 바꿀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을 마주 대하는 나의 생각과 태도는 바꿀 수 있다. 예쁜 장미에 가시가 있고 맛있는 생선에 가시가 많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란 그리 쉽지 않다. 사실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쏠 때가 많을 것이다. 나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는 그들을 생각하면 내가 초라해져서 나도 모르게 비난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고액연봉자들이나 고속승진자들을 운 좋은 사람으로만 평가해선 안 된다. 그 사람들이 많은 연봉과 승진을 하기 위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어 왔는지, 지금도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헤아려 봐야 한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마을에는 공동우물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우물이 펌프로 바뀌었다. 그러자 두 가지 현상이 벌어졌다. 어떤 사람은 한 바가지의 마중물로 물을 품어 올려 자기가 원하는 일을 다 하고 가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많은 물을 가지고 와서도 제대로 물을 길어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로 가능한 일을 열 바가지가 넘는 물로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은 방법의 문제였다. 물을 아끼면서 찔끔찔끔 넣었던 사람은 가진 물을 다 소비하고도 물을 퍼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가져온 사람은 펌프의 손잡이를 잡고서 한 바가지의 물을 붓는 그 순간 최선을 다해 펌프질을 해 물을 긷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어쩌면 중년 이후의 인생은 한 바가지의 물로 펌프질을 해서 내가 원하는 물을 퍼올려야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중년의 인생 준비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젊은 날로 돌아가 많은 것들을 준비할 수 없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내가 준비할 수 있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준비 안 된 인생이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준비된 자만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중년 이후 새로운 인생을 위한 마중물이 준비된 자만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 누가 내 인생의 미래를 위해 준비해줄 것이라는 엉뚱한 기대는 금물이다.

오늘 하루, 내게 주어진 한 시간의 여유는 내 인생의 마중물을 준비하는 소중한 기회다. 나를 사랑하고 내 인생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만이 시도할 수 있는 또 한번의 도약과 성장, 이제는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지 진지한 고민과 함께 인생의 마중물을 준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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