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정원을 줄이는 대신 로스쿨 졸업자를 매년 30명씩 간부로 채용한다는 내용의 인력구조개혁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경찰대 개혁에 대한 여론을 수용하는 한편 로스쿨 졸업자를 충원하면서 검찰과의 대등한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비한 사전 정비 성격도 담고 있다.

24일 경찰 및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 연 120명, 50명인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정원을 각각 20명, 10명 축소하고 이 숫자만큼 로스쿨 졸업자를 채용할 방침이다. 로스쿨 졸업자는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출신처럼 경위로 임관된다. 경찰은 이 같은 계획이 대학 입시와 연계된 만큼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16년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경찰이 경찰대 정원 축소 안을 제시한 것은 여당 일각에서 경찰대 폐지안까지 거론되는 데 대해 나름대로 개혁 방안을 마련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대 등 특정 계층이 경찰 간부를 독식한다는 비판을 불식시켜 간부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스쿨 출신 경찰 채용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경찰대 출신들은 경찰 요직을 독점하고 하나의 파벌을 구성했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고 대선 과정에서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경찰대 폐지를 경찰 개혁 방안의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다.

경찰은 경찰대 정원을 축소하는 대신 로스쿨 출신을 늘려 경찰 간부의 질을 유지하겠다는 방안을 세웠다. 로스쿨 출신 채용은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의 수사 능력에 대한 의문을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앞으로 검찰도 로스쿨 출신으로 채워질 텐데 경찰대, 로스쿨 출신 경찰이라면 능력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한 때 경찰대 학생들에게 사법시험 합격 후 임관을 독려하는 등 검찰과 자존심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인수위는 경찰이 보고한 안에 대해 경찰 개혁의 실효성, 검·경 수사권 조정과의 연관성 등을 고려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경찰대 정원 감소 폭이 적은 데다 로스쿨 출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 순경 출신 경찰들의 승진 기회는 늘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경찰대의 대학원 기능 강화, 2차교육기관화 등 근본적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도 여전하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