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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중 달아났다 지난해 12월 25일 닷새 만에 다시 붙잡힌 성폭행 피의자 노영대(32)는 오른 손목에 채워진 구형 철제 수갑을 어렵지 않게 풀었다. 당시 그가 차고 있던 수갑은 사용연한 7년(모든 수갑 공통)을 거의 채운 노후품이었다. 이에 장비 노후로 인해 내부 장치가 변형돼 쉽게 풀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수갑을 손목 굵기에 맞게 제대로 채웠다면 아무리 구형 수갑이라 해도 절대로 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장비 노후로 인한 수갑 풀림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재 구형 철제 수갑은 일선 경찰서에서 1만1000여 개가 사용되고 있다.

경찰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갑은 총 7만2000여 개로, 앞서 언급한 구형 철제 수갑을 포함해 크게 5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많이 보급된 수갑은 지난 2006년 도입된 두랄루민(알루미늄 합금의 일종) 재질로 전체의 70%(5만여 개)를 차지한다. 이 수갑은 무게가 170g에 불과해 가볍고 휴대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질이 약해 힘을 가하면 휘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이 수갑은 총 19개의 톱니 중 11개를 물린 상태에서 16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음으로는 2009년에 도입된 3종류의 철제 수갑이 있다. 그중 첫번째가 힘에 약하고 휘어진다는 기존 두랄루민 재질 수갑의 단점을 보완한 신형 철제 수갑이다. 신형 철제 수갑의 경우 무게는 기존 두랄루민 수갑보다 무거운 260g이고 톱니 11개를 물렸을 때 180㎏의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기존 수갑보다 내구성이 강화됐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무게가 무거워 일선 경찰관들을 중심으로 휴대성 등 사용이 불편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당시 신형 철제 수갑과 더불어 두 손을 자유롭게 놀리지 못하도록 길이 15㎝ 플라스틱 막대로 양쪽을 연결한 고정식 수갑과 길이 80㎝의 쇠사슬로 연결해 한쪽은 피의자 팔목에 채우고 다른 쪽은 침대나 휠체어에 고정하는 ‘한 손 수갑’을 도입했다. 현재 경찰은 몸을 거칠게 움직이는 피의자를 주로 상대하는 형사계나 일선 지구대에는 철제 수갑을, 도주 우려가 있는 호송 피의자를 다루는 강력계나 유치장에는 고정식 수갑을 많이 배정하고 있다. 한 손 수갑의 경우 피의자가 용변을 보기 위해 수갑을 풀어줘야 할 때 등 특수한 경우 사용하게 된다. 무게는 고정식 수갑이 420g, 한 손 수갑이 620g이다.

경찰 수갑은 입찰을 통해 납품을 받는데, 최근 몇 년간은 국내 업체 2곳에서 제작해 납품했다. 가격은 모든 수갑이 개당 2만~2만5000원 선으로 비슷하고 한 손 수갑이 3만 원으로 가장 비싸다.

한편 최근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수갑 푸는 영상 등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수갑 개발 시 국가공인시험기관에서 핀, 클립 등 일상용품으로 열 수 있는지 실험을 하게 된다”며 “현재 인터넷에서 떠도는 영상에 등장하는 수갑은 경찰 수갑이 아닌 외제 혹은 사제품으로, 실제 경찰이 사용하는 수갑은 제대로만 채워지면 열쇠 없이는 절대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