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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연구센터 소장

종교인 소득과 종교 관련 시설의 영리행위에 대한 과세(課稅)가 타당한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세금의 기본 기능은 정부에서 공익(公益)을 위한 여러 가지 지출을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종교인의 활동이 사익이 아닌 공익 행위이면, 세금을 거둘 논리적 기반이 약해진다. 따라서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타당한지에 대한 판단 기준은 ‘종교인의 행위가 사익 추구 행위인가, 아니면 공익 추구 행위인가’이다. 그러나 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개별 종교인 및 종교 관련 행위마다 제각각 특수한 환경이 있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정부에서 종교 관련 과세를 주장하는 근거는 주로 형평성 차원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하는 원칙으로 보면 당연하다. 종교인 소득도 일반인과 성격이 다르지만 노동이란 큰 범주에서 과세하는 것이 조세의 수평적 형평성 차원에서 타당하다. 그러나 형평 논리보다 경제적 효율 논리로 볼 때, 과세 논리는 더 명확해진다.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모든 세금은 사람들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 세금으로 인해 개인이나 기업이 더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을 한계적으로 억제시키기 때문이다. 종교인에 대한 소득 과세는 경제적 효율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종교 활동은 일반 경제 활동과는 달리 세금으로 인해 그 활동이 억제되는 효과는 낮기 때문이다.

종교인 소득의 원천에는 신자들의 기부가 있다. 기부는 강제적이 아니라 자발적이다. 따라서 종교에서 기부 제도는 신자들의 신앙 행위를 억제하지 않으면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도 형식적으론 강제적이지만, 종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납세하면 형평성·효율성 논리에서 가장 바람직하다. 종교인의 자발적 납세는 사회의 납세 의식을 높이는 데 일조하므로 일반인들에게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종교 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는 재원 확보가 목적이 아니다. 소득세를 내지 않는 전체 납세자 비율이 40%인 점을 볼 때, 종교 소득에 대해서도 종교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얼마든지 과세하는 기준소득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 소득세의 여러 가지 공제 제도를 통해 서민들을 세금으로부터 보호하듯, 종교인 소득에 대해서도 공제 제도를 활용해 기준소득을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종교 소득이 새롭게 만들어진다고 해도, 강제적이고 무차별적인 세금이 아닌 제도로 만들 수 있다. 낮은 소득으로도 사명감을 가지고 종교 활동을 하는 종교인들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종교인들의 소득세 제도를 만들 수 있다. 종교 관련 행위에 대한 세금 제도는 종교인들의 자발적인 협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세수 확보 차원이 아니라, 사회의 지도자급인 종교인들이 자발적 세금 제도에 동참함으로써, 국민통합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지난해 말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복지 확대는 시대정신이 됐다.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 공약을 보면 이를 실현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걱정된다. 복지 확대를 위해 강제적인 세금을 확대하게 되면 우리 사회는 더 척박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재원 확보를 위한 범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한 기구를 만든다고 한다. 세금은 본질적으로 강제적이고 획일적이지만, 이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세금이 가지는 경제적 비효율성을 극소화하면서 복지 확대라는 시대정신을 실현할 수 있다.

종교 관련 세금을 형평성 논리로 밀어붙이면 우리 사회는 분열된다. 종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될 때, 국민통합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종교 관련 세금 문제는 형평성 논리가 아니라 국민통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