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럭 / 존 크럼볼츠·앨 레빈 지음, 이수경 옮김 / 새움

“내가 걸어온 길은 언제나 헝클어진 털실 뭉치와 비슷했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았을까? 절대 몰랐다. 어떤 논리적인 단계에 따라 직업 방향을 미리 계획했을까? 결코 아니다. 그 어떤 원대한 계획이나 설계도 없었다. 나는 그저 캘리포니아 출신의 소년이었고, 살면서 여러 번 기꺼이 비틀거렸고, 종종 성공했고, 땅바닥에 엎어졌다가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났고, 앞으로 돌진했고, 몇 가지 소박한 가치관을 지지했고, 인간의 도리를 지키며 살려고 애썼다.”

지난 2002년 89세로 타계한 존 가드너 전 미 보건복지교육부 장관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남긴 글 중 일부다.

그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항상 배우고, 항상 도전하고, 항상 호기심을 품어라!”고 했던 누군가의 말처럼 살아왔다고 했는데, 이 책의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자세다.

성공한 사람들의 비밀을 공개하고 있는 책의 원제는 ‘행운은 우연이 아니다(Luck is no accident)’이다.

저자 가운데 존 크럼볼츠 스탠퍼드대 교수는 원래 테니스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해 코치의 권유로 ‘우연히’ 심리학을 전공하게 된 뒤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되는 ‘행운’을 거머쥔 인물이다. 지난 2004년 미국 상담학회에 의해 ‘상담계의 살아 있는 전설 5인’으로 선정된 크럼볼츠와 앨 레빈 캘리포니아주립대 새크라멘토 캠퍼스 교수는 수많은 상담자들의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무리 진로 계획을 완벽하게 설정한 사람이라도 인생의 수많은 우연을 비켜갈 수는 없으며 성공한 사람들은 이런 수많은 우연에서 행운을 움켜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들은 수십 년에 걸친 상담 경험과 언론 매체, 논문 등의 방대한 자료를 집대성해 직업상담 분야의 ‘계획된 우연’ 이론을 정립·발표했는데, 책에 제시돼 있는 우연을 행운으로 바꾸는 9가지 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2012년 5월 한국상담학회 초청으로 방한해 심포지엄에 참가하기도 했던 크럼볼츠 교수 등 저자들은 우리가 살면서 개인적 또는 직업적으로 무수한 뜻밖의 사건을 겪게 되지만 우리 자신의 노력으로 바로 그 순간 중요한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역설한다.

‘현재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걸 찾아라’ 등 저자들이 제시하는 9가지 법칙은 알고 보면 간단하다. 우리가 고정관념에 가로막혀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책에는 ‘가필드’를 그린 짐 데이비스 등 세계 최고 만화가들의 만화가 함께 수록돼 9가지 법칙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우연을 행운으로 바꾼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그들의 행동을 세밀하게 분석해 독자들에게 행동지침을 제시하고 있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