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농협중앙회가 올해 새로운 농업·농촌운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식사랑농사랑운동’ 캠페인 방송의 한 장면. 농협중앙회 제공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비만 유병률(체질량지수 25 이상)은 지난해 34.2%였다. 국민 3명 중 1명꼴로 비만 진단을 받은 셈이다. 성인 비만의 경우 연간 30만∼40만 명 정도가 늘어나고, 고도비만도 최근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비만과 같은 생활습관병의 증가 원인으로 서구화된 식사습관과 아침결식, 편식, 과식, 패스트푸드의 잦은 섭취 등을 꼽는다. 이러한 잘못된 식습관은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농업과 농촌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시장개방 확대, 농산물 수급·가격 불안정, 농가인구 감소 및 고령농가 증가 등으로 점차 활력을 잃어가는 처지에 놓여 있다.

올해 초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소비자와 농업인을 위한 ‘국민의 농협’으로 거듭 태어난 농협중앙회가‘食(식)사랑農(농)사랑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식생활과 식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 ‘국민건강과 농(農)의 가치’를 증진시킨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출범한 식사랑농사랑운동이 불과 1년도 안 돼 전 국민적 운동으로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그동안 농협이 전개해 왔던 ‘신토불이 운동’과 같은 농민운동은 농업·농촌에 대해 일방적으로 베풀어주는 운동이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식사랑농사랑운동은 소비자와 농업인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운동이다. 또 이전의 운동들이 농산물 소비촉진, 도농교류 확대에 치중했다면 식사랑농사랑운동은 국민건강과 식농의 가치 증진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는 데서 구별된다.

식사랑농사랑운동추진위원회는 운동추진 원년인 올해 투트랙 방식으로 운동을 펼쳐왔다. 그중 한 가지는 ‘식(食)의 가치 확산’을 위한 국민 식생활 개선 캠페인이고, 다른 한 가지는 ‘농의 가치확산’을 위한 식 체험·교육마을 육성이다.

지난 11월 13일 농협중앙회 본관에서는 ‘어린이 서포터즈’ 출범식이 열렸다. 한국스카우트연맹 회원 등이 참여한 이날 출범식은 미래의 잠재고객인 어린 세대에게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길러주고, 농업·농촌의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농협은 또 복지부와 시·도교육청 등 각계각층의 기관 및 단체와도 ‘식사랑농사랑 체험학습 협력사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운동의 확산에 나섰다. 현재까지 전국 9개 시·도교육청과 MOU를 체결했으며, 104개 마을, 203개 학교에서 연간 2만300여 명이 체험학습에 참여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올바른 식생활과 먹을거리의 중요성에 대한 식교육 강연회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여기에는 7개 지역본부와 14개 지역농협이 모두 참여했다. 이에 대해 지역농협 관계자는 “도시민에게 우리 농산물을 기반으로 한 올바른 식생활을 통해 농업·농촌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우리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향토음식마을’과 ‘발효음식마을’ 등 식체험 마을 육성도 올해 거둔 운동의 대표적인 성과들이다. 운동추진위원회와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식체험 마을 선정심사위원회는 7월 31개 마을을 향토음식·발효음식 마을로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선정된 마을은 향토음식을 활용해 농외소득을 높이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드는 한편, 체험방문을 통한 지역농산물 직거래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 외에 전국 15개 마을에 조성된 ‘식교육 전문농장’도 식농체험 교육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도시민들은 이곳에서의 체험활동을 통해 향토음식의 우수성과 농작물이 음식이 되는 과정을 직접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올해 식사랑농사랑운동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지만, 앞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과제도 남겨놓았다. 우선, 운동추진위원회의 각 단체와 농축협 등이 전사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범국민적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첫 번째 과제다. 뿐만 아니라 ‘우리고장 먹거리 캠페인’과 같은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식캠페인을 개발해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식 체험·교육마을로 지정된 마을에 대한 체계적인 홍보와 신규 마을 육성방안도 내년 사업을 수립할 때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식사랑농사랑운동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내년에도 다양한 식캠페인 사업과 식교육을 통해 국민에게 먹을거리의 중요성,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 농업의 가치를 널리 확산시키고 운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