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국내에서도 고어텍스 대체 소재 개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염색가공공통기반실험실에서 한 연구원이 첨단 소재의 기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탈(脫)고어텍스’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미 미국 고어사가 보유한 고어텍스 특허가 1990년대에 만료된 만큼 대체 소재 개발 및 상용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고어텍스 아성’이 워낙 견고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의 국내 고어텍스 제품 판매 비중은 최근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고어와 손잡고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키워 온 양대 축 중 하나다. 실제로 노스페이스는 독자 개발한 고어텍스 대체 소재인 하이벤트 제품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올 들어 국내 원단의 아웃도어 제품 채택 비중을 6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네파 역시 방수와 투습력을 구현한 자체 소재 엑스벤트로 만든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컬럼비아는 지난해 고어사와 아예 결별하고 자체 개발한 소재 ‘옴니’로 만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레드페이스는 10년 전부터 독자 기술로 개발한 고어텍스 대체 소재로 아웃도어 시장을 개척해 오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어텍스보다 가격은 30% 이상 저렴하면서도 투습력이나 방수성은 뛰어난 소재를 개발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며 “우리도 섬유강국의 자존심을 걸고 강력한 방수 및 투습 기능을 구현한 콘트라텍스 소재를 10년 전부터 개발, 아웃도어 시장을 개척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천기술을 보유한 강점을 살려 저렴하게 판매하고 남은 이익을 소재 기능성 개선에 재투자한다”며 “땀을 흡수하고 건조하는 기능성 소재인 ‘이엑스쿨앤드라이’도 최근 자체 개발해 아웃도어 신제품에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소재 업체인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은 올해 세계 최초로 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기술을 적용한 아웃도어 기능성 소재를 개발, 상용화 중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기존 고어텍스 제품보다 방수 기능은 조금 떨어지나 투습 성능은 1.5배 이상 우수하다”면서 “나노 기술로 만든 만큼 훨씬 가볍고 부드러워 투습 성능이 중시되는 일상복 등에 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적잖다. 가장 큰 걸림돌이 고어사의 오랜 독주로 인해 굳어진 ‘고어텍스에 대한 소비자 맹신’ 문제. 국내 소재 업체 고위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계가 반성할 점이 많다”며 “이제는 고어텍스를 흉내내는 기술이 아니라 뛰어넘는 독보적인 기술과 제품력으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까지는 소재를 개발, 의류업체에 납품하는 데만 급급했는데 앞으로는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고로 고어사는 이미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소득 수준이 오르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소재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자체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마케팅을 해 왔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술이나 제품력이 이제는 고어텍스만큼 올라왔는데도 고어사만큼 적극적으로 광고, 마케팅 전략을 펼친 기업은 없다”면서 “소재 업체라는 틀을 벗어나 유연하고 창조적인 경영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고어텍스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여전히 고가의 아웃도어 시장만 보면 고어텍스 점유율이 70%를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올해 연간 5조 원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될 만큼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아웃도어 산업의 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